현대차그룹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엄습하는 '환율 공포'의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달러였다면, 올해는 유로화와 루블화 등 신흥국 통화 약세가 발목을 잡고 있다.
24일 1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아차와 현대모비스는 환율하락의 영향으로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0.5%, 4.3% 감소했다. 앞서 23일 발표된 현대차의 영업이익도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18.1%나 급감했다.
더욱 큰 문제는 앞으로다. 글로벌 자동차 산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어서 2분기 이후 전망은 더욱 암울하다. 특히 2분기는 전 세계적으로 저성장·저물가 기조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세계 각지의 지정학적 위기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더욱 안심할 수 없다는 평가다.
여기에다 자국통화 약세에 따른 환율 효과 등으로 경쟁력을 강화한 주요 경쟁사들이 공세에 나서면서, 국내시장은 물론 전 세계 주요 시장에서 경쟁이 한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1분기 대비 공장판매가 감소한데다 유로화 및 신흥국 통화 대비 큰 폭의 강세를 나타내면서 올 1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감소했으나, 2분기 이후 보다 우호적인 환율 여건이 조성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을 내놨다. 다만, 향후 경영환경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대해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공장 출하로 정상화가 될 것으로 보이지만 인센티브 증가와 이종통화 약세, 승용 시장 경쟁 강화 등 부정적으로 작용하는 요인들이 지속되면서 2분기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이익이 증가하긴 다소 어려울 것"이라며 "연간 판매대수는 정체된 상황에서 이종통화 약세로 ASP하락이 예상되는 가운데 인센티브는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실적 증가는 어려워 보인다"고 전망했다.
반면, 이현수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불리한 영업환경과 1분기 실적 기대감이 낮아진 상황이었기 때문에 실적 부진 이슈가 해소된 점이 주가에 긍정적인 가능성을 줄 수 있다"며 "2분기부터 판매량 증가 시작이 예상되는 가운데 3분기 재고량 감소, 4분기 경영실적 개선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아차도 1분기에는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유로화 하락 등 환율 악화의 영향으로 수익성이 낮아졌지만, 향후 경쟁력 있는 제품과 브랜드 인지도 등을 통해 충분히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2분기 이후에도 어려운 경영 여건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윤석 SK증권 연구원은 "달러와 유로화 환율의 우호적 움직임 예상되지만, 2분기 말부터 시작되는 공장증설에 대한 기대감도 하반기부터 나타날 것이기 때문에 급진적 상승은 제한적"이라고 우려했다.
1분기 소폭의 매출 상승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 하락을 면치 못했던 현대모비스도 2분기의 성적을 장담하기 힘들게 됐다.
최원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2분기 완성차 공장의 출하가 정상화 되면 모듈의 매출 증가세로 전환되겠지만, 올해 완성차 공장 증설 모멘텀이 크지 않아 매출 성장성 역시 지난해 대비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업계는 환율 리스크가 해결되지 않는 한 현대차그룹의 실적 개선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원나래 기자(wiing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