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가 ICT전담팀을 꾸리고 그 첫 번째 조사 대상으로 오라클을 지목했다. 과거 비슷한 혐의로 조사에 나섰다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고 사건을 취하해야 했던 공정위가 이번에 그 악연을 끊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9일 공정위에 따르면 공정위 ICT전담팀은 2달 내 오라클 사건의 전원회의 상정을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공정위는 전날 신영선 사무처장 주재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위원회에 사건을 산정하기 앞서 이례적으로 오라클 조사의 배경을 설명했다. 신영선 사무처장은 “지난 2월부터 ICT전담팀을 조직해 활동 중”이라며 “첫 번째 사건으로 오라클을 염두에 두고 마무리 작업중에 있다”고 밝혔다.
공정위와 오라클의 악연은 지난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라클이 DBMS(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 판매 과정에서 ‘부당고객유인행위’로 적발돼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억1500만원을 부과받은 사건이다. 오라클은 공정위의 결정에 반발해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3년여 간의 긴 소송 뒤 결국 대법원의 기각으로 참패했다.
2005년, 경쟁사 티맥스소프트사의 신고로 오라클은 공정위와 다시 만나게 된다. ‘거래강제행위’, 이른바 끼워팔기로 조사를 받게 된 오라클은 ‘무혐의’ 처분을 얻어내며 혐의를 벗는다. 1년 가량 업계를 시끄럽게 한 이 사건이 공정위의 패배로 마무리 된 것이다.
이같은 배경에서 28일 공정위의 갑작스러운 발표에 오라클은 “아직 멘트가 정리되지 않았다”며 공식 대응을 주저하면서도 의연한 기색을 내비쳤다. 오라클 외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의 조치를 환영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라클은 고객이 DBMS를 타사 제품으로 교체하려고 하면 라이선스관리서비스(LMS)를 돌려 이전 라이선스 비용까지 다 소급적용해 고객에 큰 돈을 물도록 하는 방법으로 제품 교체를 막는 불공정거래를 일삼아 왔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이번 사건 처리와 관련해 자신 있어 하는 분위기다. 신영선 처장은 “ICT전담팀을 보강했다”며 “베테랑인 직원들이 투입됐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DBMS 시장에서 오라클은 시장점유율 60%로 압도적 1위다. DBMS는 컴퓨터에 데이터를 저장·검색·가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보관리소프트웨어로, 운영체계(OS)와 함께 서버 구축 시 필수적이다. 은행과 증권사 등 민간기업뿐 아니라 행정자치부도 오라클의 이 제품 고객이다.
그런데 오라클이 DBMS 유지보수서비스를 팔면서 고객들에 DBMS의 후속 버전을 구매하도록 강제 해왔다는 사실이 적발됐다. 신영선 처장은 “오라클의 이같은 정책은 고객을 가두는 행위로,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을 제한한다”고 설명했다.
공정위는 또 오라클의 ‘유지보수서비스 끼워팔기’도 함께 적발했다고 밝혔다. 기업마다 적게는 몇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오라클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데, 게 중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제품에도 오라클이 일괄구매를 강제해 왔다는 것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오라클은 이같은 방식으로 매년 8000억원대의 유지보수서비스 매출을 올려왔다.
공정위는 오라클의 이같은 행위에 대해 빠르면 오는 6~7월 내 위원회에 심사를 상정한다는 계획이다. 이번 사건이 오라클의 위법으로 인정되면, 전세계적으로도 ‘최초 사례’가 된다.
방글아 기자(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