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1일 민간단체와 지방자치단체의 남북 교류와 인도적 지원 사업을 폭넓게 허용하겠다는 이른바 ‘교류확대 선언’을 내놨지만 3일 오후 현재까지 북한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북한은 2일 북한인권법 통과에 속도를 내려는 정부·여당을 집중 비난하는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보도를 발표했다. 교류확대 선언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은 아니었지만, 이 선언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고 남북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이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교류확대 선언의 주된 내용은 우선 “민간에서 추진하는 문화·역사·스포츠 등 다방면의 교류를 적극 지원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 인도적 지원·협력에 민간단체가 보다 폭넓게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 지자체의 사회문화 교류와 인도적 협력 사업을 확대하고 민간 교류에 언론인 참여와 동행 취재도 허용하며 ▲ 그같은 사업들에 대해 정부 남북협력기금의 지원을 늘려 나가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남북 당국 차원에서도 문화, 역사, 스포츠 등 분야에서 광복 70주년을 기념하는 공동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이러한 입장 발표는 ‘한미 합동 군사훈련도 끝났으니 남북관계를 풀어보자’는 신호를 북한에 보낸 것임은 분명하다. 북한이 이틀 동안 묵묵부답인 것도 즉각적인 거부라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남측의 진위와 진정성을 파악하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에 긍정적인 신호와 동시에 부정적인 신호도 발신되고 있어 북한으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따라서 대남 불신을 걷어내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최근에 나온 ‘부정적인 신호’로는 정부가 ‘남북노동자통일축구대회’ 사전접촉을 위한 민주노총과 한국노총의 방북 신청을 불허(4월 29일)한 일을 꼽을 수 있다. 이를 본 북한은 남측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입맛’에 맞는 교류만 허용하고 있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 임금인상 갈등에서 남측이 조금의 융통성도 발휘하지 않는 모습도 마찬가지이다. 또 정부와 새누리당이 북한인권법에 대한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6월 초 이 법안을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한 것도 북한을 자극했다.
남북관계에 놓인 기존의 장벽 역시 높고 단단하다. 천안함 사건 후 내려진 5·24 조치로 인해 남북 교류가 근본적으로 불가능한 상황, 탈북자 단체의 대북 전단 살포에 대한 정부의 수수방관 등이 양대 장벽으로 꼽힌다. 여기에 북한이 “북의 제도 붕괴를 노린 체제대결 기구”로 규정한 통일준비위원회의 존재 역시 무시 못 할 요소다.
교류확대의 발목을 잡는 요인은 이처럼 여러 차원에서 중첩되어 있다. 한미 군사훈련이 끝났다고 해서, 혹은 정부가 5·24 조치 이후 처음으로 민간단체의 비료 지원을 승인(4월 27일)했다고 해서 북한이 정부의 뜻대로 호응할 가능성은 낮은 것이다.
아울러 김대중평화센터 이희호 이사장의 방북이 성사되어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북한은 ‘4월이 지나면 남북관계의 성과를 기대한다’는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발언에 대해 “체제대결, 전쟁대결 책동에 미쳐 날뛰는 한 대화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한다”고 받아친 바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정부의 ‘교류확대 선언’이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 내려면 5·24 조치 해제 등 근본적인 장벽의 제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17일 판문점에서 남북한 병사들이 경계근무를 서는 장면 / 사진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