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은 외교통일위원회와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사이에 애매하게 걸쳐 있다. 협정 단계에선 산업위가 담당하는데, 비준은 외통위 소관이다.
2013년 정부조직법이 개정되고 2년도 더 지난 시점에서 나오는 평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외교통상부의 통상 업무를 산업자원부로 이관했다. 이에 따라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는 외교통일위원회로, 산업자원위원회는 산업통상자원위원회로 각각 명칭이 변경됐다.
하지만 통상교섭과 정상외교 시 실권은 여전히 외교부가 행사하고 있고, 조약 비준권도 외통위에 있다는 시각이 많다. 국가 간 거래가 기업의 경제활동에만 국한되지 않는 탓이다. 외통위 관계자는 “외교에서 통상이 내용상으로는 빠져 있지만 적어도 외국과 조약, 비준동의권은 외통위가 갖고 있다”며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도 외통위에서 처리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교부와 산업부는 통상관련해 엇박자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쌀 관세화 유예 종료 때처럼 비(非)산업분야 통상교섭 시 외교부와 산업부 간 이해관계차로 시급한 현안 처리가 미뤄졌던 사례도 있다.
통상 업무 이관은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확고한 의지를 갖고 추진했던 사안 중 하나다. 당시 야당뿐 아니라 정의화 국회의장, 외교부 관료를 지낸 새누리당 김종훈 의원 등도 반대했지만 박 대통령은 자신의 외통위 경험을 근거로 정부조직법 원안을 고수했다.
결국 박 대통령의 의지는 현재와 같은 ‘이도저도’ 아닌 상태로 귀결됐다. 새정치민주연합 관계자는 “통상의 특성에 대해 조금이라도 진지한 고려가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업무를 나누진 않았을 것”이라며 “박 대통령의 고집으로 부처의 효율성은 떨어지고, 국회 상임위의 업무영역은 모호해졌다”고 지적했다.
성급한 정부조직 개편이 빚어낸 ‘이상한’ 상황은 이뿐 아니다. 지난해 세월호 참사를 거치면서 박 대통령은 해양경찰청과 소방방재청을 국무총리실 산하 국민안전처로 통합하고, 안전행정부를 행정자치부로 개편했다.
문제는 국회 상임위였다. 총리실 산하 부처 및 기관은 정무위원회 소관인데, 안전처는 안전행정위원회 소관으로 묶였다. 이 과정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이던 소방방재 분야도 안행위로 넘어갔다. 결국 안전처 신설로 안행위와 정무위, 농해수위의 업무가 뒤섞여버렸다.
이밖에 박 대통령의 집권 초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됨에 따라 각 부처의 업무가 대규모 미래부로 이관됐지만 오히려 부처의 역할만 헤쳤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13년 야당에서 정부조직법 협상을 도맡았던 새정치연합 우원식 의원은 “그때 박 대통령의 고집으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의 인·허가권도 미래창조과학부에 이관했는데, 이게 창조경제 구현과 일자리 창출에 무슨 영향을 줬느냐. 미래부를 그렇게 공룡부처로 만들어놨는데, 정보통신기술이 그때보다 얼마나 발전했느냐”며 “SO도 그렇고, 통상 부분도 그렇고 박 대통령의 원하는 대로 대부분 협조해줬는데, 제대로 굴러가는 게 없다”고 비판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조태용 외교부 1차관이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현안보고를 하고 있다(자료사진)./ 사진 News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