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불려온 '모래시계 검사'…카네이션도 떼고 '긴장'

'성완종 1억' 수수 혐의 "심려끼쳐 송구…소명하러 왔다"

입력 : 2015-05-08 오후 4:24:59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 출석하고 있다.사진/뉴스1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8일 오전 9시55분경 검찰 특별수사팀이 있는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홍 지사가 포토라인 안쪽으로 천천히 걸어들어오자 그를 기다리던 수십대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졌다. 서울고검 청사 앞에는 250여명의 취재진이 운집했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촬영을 위해) 서있어야 할 위치가 여기가 맞느냐'는 손짓을 취하며 여유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동안 출근길에 기자들에게 적극적으로 자신의 혐의를 부인해 온 그도 이날 만큼은 말을 아끼며 긴장된 표정을 감출 수는 없었다.
 
기자들이 "혐의를 인정하느냐"고 묻자 그는 작은 목소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리게 된 점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검찰에 오늘 소명하러 왔습니다."고 말했다. 또 "측근을 통해 (돈 전달자인) 윤승모씨를 회유한 사실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윤 전 경남기업 부사장을 회유했는지 여부는 홍 지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지를 결정하는 데 중요한 판단 기준이다. 
 
이어 서둘러 발걸음을 옮기는 그에게 "모래시계 검사가 피의자로 검찰에 왔다고 관심이 많은데 심경은 어떠하냐"고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고 그대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홍 지사는 지난 1995년 검사 옷을 벗은지 20년 만에 이날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에 출석했다.
 
홍 지사는 1993년 서울지검 강력부 재직 시절 슬롯머신 업계 비호세력 사건을 수사하면서 제6공화국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장관을 구속했고, 이 사건을 소재로 한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모래시계 검사'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홍 지사는 이날 오전 7시55분경 서울 송파구 자택을 나설 때 자녀들이 달아 준 것으로 보이는 카네이션을 왼쪽에 가슴에 달고 있었지만 변호사 사무실에 들러 검찰청에 들어올 때는 뗀 상태였다.
 
홍 지사는 김진태 검찰총장과 사법연수원 14기 동기이며, 특별수사팀 팀장인 문무일 검사장(연수원 18기) 보다 선배다. 특별수사팀으로 파견된 손영배(연수원 28기) 서울북부지검 형사5부장과 평검사 1명이 서울고검 12층에서 홍 지사를 조사하고 검찰수사관 1명이 배석하고 있다.  
 
변호인과 함께 조사를 받고 있는 홍 지사는 묵비권을 행사하지 않고 상세히 답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관계자는 "조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고 홍 지사께서 하고 싶은 말씀을 상세히 하고 계시다"고 말했다. 홍 지사에 대한 조사는 이날 밤 늦게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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