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특허가 만료되는 발기부전치료제(발기약) '시알리스' 시장에 뛰어든 제약사는 수도 셀 수 없을 만큼 많지만 조루약치료제(조루약) '프릴리지' 시장은 잠잠하다. '가수는 노래따라 간다'는 연예계 속설같이 발기약은 곧추 선 반면 조루약은 일찍 김빠진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릴리의 발기부전치료제 '시알리스'와 한국메나리니의 조루치료제 '프릴리지'의 복제약이 하반기 출시될 전망이다. 프릴리지는 오는 7월에, 시알리스는 오는 9월에 각각 복제약 시장이 풀린다.
◇하반기 독점기간 만료를 앞두고 시알리스(좌)와 프릴리지(우) 복제약 시장이 이름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사진제공=한국릴리, 한국메나리니)
2012년 '비아그라' 복제약 공습에 이어 3년만에 해피드럭 경쟁 2라운드가 벌어지는 셈이다. 비아그라 복제약 시장은 50여개사가 뛰어들 만큼 경쟁이 치열했다.
시알리스 복제약 시장은 비아그라처럼 과당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시알리스는 실적 규모가 IMS데이터 기준 250억원대여서 복제약으로 시장성이 높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복제약으로 시판승인을 받은 업체는 40여개사에 달한다. 비아그라 복제약인 '팔팔'로 복제약 시장을 석권한 바 있는
한미약품(128940)을 비롯해
유한양행(000100),
종근당(185750),
SK케미칼(006120) 등 웬만한 상위 제약사들이 출전을 예고하고 있다. 제2의 팔팔을 노리는 중하위 제약사들도 대거 포진해 있다. 여기에 정제(알약)뿐만 아니라 녹여먹는 형태의 필름형, 털어먹는 분말형, 씹어먹는 츄어블형 등 다양한 제형도 선보여질 전망이다.
하지만 프릴리지 복제약은 예상보다 싱거운 양상이다. 실제, 프릴리지를 개발하겠다고 생동성시험을 승인받은 업체는 신풍제약 1개사에 불과했다. 프릴리지는 소송을 통해 관련 특허가 무효돼 어느 제약사나 복제약 출시가 가능하다.
프릴리지의 복제약 개발을 검토하고 있던 제약사들은 상당수 제품화를 중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더욱이 특허소송을 진행했던 동아에스티, 한미약품 등도 복제약 개발을 접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복제약 출시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동아에스티 관계자는 "복제약을 출시하지 않는다"며 "경쟁제품을 가지고 있는데다가 시장성이 낮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부 제약사들은 프릴리지 복제약만으로는 성공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발기부전치료제와 복합제 개발을 준비하고 있다.
프릴리지 복제약에 대한 기대감이 낮은 이유는 시장 규모 때문이다. IMS데이터에 따르면 프릴리지의 실적은 30억원대에 불과하다. 조루치료제는 프릴리지 외에 동아에스티 '네노마',
진양제약(007370) '클로잭',
씨티씨바이오(060590) '컨덴시아',
동국제약(086450) '줄리안' 등이 2013년 출시됐지만, 4개 제품의 전체 실적은 10억원대에 그치고 있다. 조루치료제 전체 시장은 40억원대다. 발기부전치료제 시장이 1000억원대 시장을 형성한 것과 대조를 이루는 점이다. 조루치료제 시장 볼륨이 작아 프릴리지 복제약을 출시해도 돈이 안 된다는 설명이다.
두 치료제가 성생활과 직결된 해피드럭이지만 처방을 유도할 질환 특성의 차이도 업계 기대감이 엇갈리는 이유다. 음경 발기가 잘 되지 않는 발기부전은 약을 먹지 않으면 성관계가 불가능해 약 복용이 필요하다. 이와 달리 조루는 사정지연이어서 약 복용이 필수적이지 않다. 또한 조루는 음주나 마취제 등 대체 요법이 많다. 발기부전과 조루 치료제가 각각 1정당 최저 3000원 정도 가격을 형성하고 있지만, 소비자의 구매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알리스는 올해 하반기 최대 복제약 격전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초반에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영업과 마케팅 경쟁이 치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프릴리지는 시장 규모가 작아 복제약들이 많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