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취업자 수가 전년동월대비 21만6000명 증가하는데 그치며 26개월래 최저 증가폭을 나타냈다. 같은 기간 실업자는 2만3000명 늘었고, 특히 15~29세 청년실업률이 10.2%로 집계되며, 통계가 작성된 이래 4월 최고치를 갱신했다. 정부는 이를 비가 많이 내린 날씨 탓으로 돌리는 모양새다. 기술적으로 ‘날씨조정’ 분을 정확하게 수치화하기란 불가능한데, 기획재정부는 증가폭 둔화 분을 업종별 1000명 단위까지 메우는 등 암울한 고용시장을 애써 외면했다. 이에 기상 영향만으로 나빠진 전체 고용시장의 분위기를 해석하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 기재부는 2013년도 2월(20만1000명)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지난달 취업자 수가 기상 악화 등 특이여건에 ‘주로’ 기인하다는 분석을 내놨다. 지난달 유독 잦았던 강수가 농림어업, 건설업 등 기상 여건에 많은 영향을 받는 분야를 중심으로 취업자 수 증가폭을 둔화하며, 전체 취업자 수에 악영향을 미쳤다는 해석이다. 기재부는 12만명으로 추정되는 ‘특이요인’ 관련 감소폭을 제외하면, 4월 취업자 수는 30만명대라고 추산했다. ‘12만명’은 ▲농림어업 10만1000명 ▲건설업 1만6000명 ▲도소매·음식숙박업 7000명 등 3개 분야 수치를 더해 구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3년간 취업자 증감 평균과 비교해 해당 수치를 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기재부가 제시한 날씨조정 분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날씨에 의한 영향이 고용수치에 얼마만큼 반영됐는지를 수치화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탓이다. 미국 노동통계국도 홈페이지 자주 묻는 질문(FAQ)란에 “극심한 날씨가 취업자 수(payroll employment estimates)에 미치는 영향을 정확하게 계량화하는 것은 가능하지 않다”고 설명하고 있다. 더구나 극심한 날씨 여건이 고용수치 하락으로 실제 이어지려면, 통계 조사기간 근로자가 날씨를 이유로 1주 내내 1시간도 일하지 않고 무급으로 쉬어야 한다. 단 한 시간만이라도 일한 사람은 통계상 취업자로 잡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몇달만 보면 정확한 수치로 말할 수가 없지만 장기 추세를 보면 알 수 있다”며 “3년을 기준으로 삼건 4년을 하던 수치가 비슷하다”고 말했다.
이는 기재부가 지난달 취업자 수 증가폭 둔화 규모를 날씨조정 과정에서 재량적으로 좁혀 잡았음을 시사한다. 농림어업 분야의 경우 지난달 취업자 수는 전년동기대비 8.6% 감소한 13만5000명으로 나타났는데, 기재부의 해석대로라면 이 가운데 3분의 2 가량인 10만1000명이 날씨 때문에 취업하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농림어업 분야의 취업자 수는 지난 5년 간은 물론 올 들어서도 매달 그 증가폭이 둔화하고 있다. 2009년도 164만8000명에 이르던 농림어업 분야 취업자 수는 지난해 말 145만2000명까지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도 전년동기대비증감률이 ▲1월 -9.5%, ▲2월 -7.7% ▲3월 -5.3% ▲4월 -8.6%씩 매달 나빠졌다. 날씨 보다 업종 내 고질적 취업난이 더 큰 요인인 것이다.
그럼에도 심원보 통계청 고용통계과장은 이날 기재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조사대상 주간인 4월 12~18일 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5일 이상 비가 내려 농림어업의 취업자수가 크게 줄었고, 건설업에도 영향을 미쳤다”면서 “50~60대가 중심”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때문에 정부의 해석을 둘러싼 청년층의 비판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국어국문학 3학년 과정을 이수 중인 김 모양(23세)은 “정부가 취업자 (수) 감소 탓을 날씨로 돌리고 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면서 “그렇다면 장년층 위주로 줄어든 취업자 수와 무관하게 역대 최고치를 찍은 청년실업률은 어떻게 설명하려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정부의 설명은 현실과 괴리가 너무 크다”며 “채용 시장을 개선 시키려는 노력은 없고, 중동에 가라는 둥 날씨가 나빠서라는 둥 핑계만 많다”고 비판했다.
13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15 KB굿잡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사진/뉴시스
방글아 기자(geulah.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