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글로벌 국채 금리 요동…신흥국까지 확산일로

신흥국 채권시장, 자금 이탈 가속화 우려

입력 : 2015-05-13 오후 4:28:17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flash crash'(갑작스러운 붕괴) 사태가 발생하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은 초비상이다. 독일에 이어 미국에서도 채권 투매현상이 가속화되면서 국채 수익률이 치솟고 있다. 불안한 자금흐름이 포착되고 있는 것.  
 
특히 유럽경제의 '성장 엔진' 독일의 국채 수익률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12일(현지시간) 독일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장중 10bp 이상 뛰면서 0.72%까지 치솟다가 0.675%로 마감했다. 최근 한 달새 무려 14배나 뛴 상태다.
 
미국 국채 10년물도 장중 2.366%까지 상승하며 6개월래 최고치까지 올라섰다. 미국 재무부의 신규 국채발행을 앞두고 물량 부담이 커진데다 독일 등 유로존 국채 투매 사태의 영향을 받은 탓이다.
 
마켓워치는 "글로벌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의 투매는 거의 폭력적인 수준"이라고 평했다.
 
◇국채값 거품 빠지나? 유동성 과다 부작용?
 
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미 한달 전 독일 국채가격 폭락은 '시간문제'라고 경고한 바 있다. 채권시장의 변동성을 일찍이 간파하고 있었다는 얘기다. 이를 예측할 수 있었던 조짐은 무엇이었을까.
 
우선 각 국 중앙은행들의 과도한 돈 풀기, 즉 양적완화에 일차적인 원인이 있는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자산매입에 따른 부작용과 과도하게 떨어진 금리에 대한 경계감이 국채 수익률 급등을 이끈 배경이라는 설명이다.
 
이와함께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시간 문제로 등장한데다 유럽도 경기회복 조짐이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점도 국채 수익률 급등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골드만삭스는 "금리 상승 시에는 차익실현이나 손실매물이 장기채를 중심으로 시장에 대거 나오는 경향이 강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채권시장 강세에 따른 일시적인 조정에 그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ECB의 양적정책으로 채권 가격이 빠른 속도로 올랐고 현재는 숨고르기 국면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장기조정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와는 반대로 장기적인 추세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이 되는 시점은 미국과 일본이 국채를 발행하는 오는 14일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은 13일 240억 달러 규모의 10년 만기 국채를, 14일에는 160억 달러 규모의 10년물을 각각 발행한다. 일본도 14일 30 년 만기 국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신흥국도 전염효과…'긴축 발작' 대비해야
 
선진국의 국채 수익률 급등에 따른 불안감은 신흥국으로까지 점차 확산되는 분위기다.
 
실제로 최근 동남아시아 국채 가격과 통화의 동반 약세 현상이 가시화되고 있다. 태국은 해외 투자자들의 채권매도로 10년물 국채금리가 3%대에 진입했다. 이로인해 바트화도 이달 들어서만 약 3.9% 하락하면서 6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필리핀, 인도의 국채 수익률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신흥국 국채와 외환시장의 불안은 선진국 국채시장 동요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시장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또한 연내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일부 자금이 이머징 채권시장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도 동남아 금융시장 불안을 가중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선진국 국채금리 급등에서 촉발된 신흥국 금융시장 불안이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 긴축 발작)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도 시장은 경계하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시, 신흥국의 두번째 테이퍼 탠트럼이 1차 당시보다 사나울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
 
마노즈 프라드한 모건스탠리 이코노미스트는 "신흥시장으로 흘러 들어왔던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상당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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