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가 최근 24년만에 무죄 확정판결을 받은 강기훈씨의 '유서대필 조작사건'과 관련해 당시 수사와 재판에 관여했던 법조인들의 통렬한 반성을 촉구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17일 성명서를 내고 "이번 사건은 무죄 판결 확정으로 끝난 것이 아니다"며 "진실을 호도해 한 사람의 인생을 망가뜨리는 데 관여한 법조인들의 엄중한 책임 추궁과 진실된 참회가 있을 때 비로소 끝맺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검사는 어떤 권력에도 굴하지 않고 양심에 따라 사회 구성원을 보호하고, 판사는 우리 사회의 정의를 수호하고 양심을 대변하는 최후의 기관"이라고 강조하면서 "그러나 책임을 방기하고 강씨에게 누명을 씌워 기소한 검사와, 진실을 외면하고 유죄라고 판단했던 판사들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진실을 밝히는 데 주저하고 사명감을 갖지 못했던 법조인들은 지금이라도 자신의 과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며 "과거의 잘못을 겸허히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야말로 실추된 사법부의 권위를 바로 세우는 것이고, 법치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법조인은 그의 양심으로 어떠한 상황에 놓이더라도 법과 정의 앞에 진실되어야 한다"며 "다시는 우리 사회에서 무고한 개인이 불의한 권력 앞에 짓밟히는 오욕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정의를 지키는 양심이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앞서 대법원은 지난 14일 강씨에 대한 '유서대필 조작사건'에 대한 재심의 상고심에서 자살방조와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중 자살방조 부분에 대해 24년만에 무죄를 확정했다.
검찰은 1991년 당시 전국민족민주운동연합(전민련) 사회부장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의 퇴진을 외치며 분신자살한 사건에서 김씨의 동료였던 강씨가 유서를 대신 쓰고 김씨의 자살을 부추겼다는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강씨는 대법원까지 결백을 주장했으나 징역 3년과 자격정지 1년6월을 선고 받고 만기 복역했다.
한편, 강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된 뒤 검찰과 당시 수사에 참여했던 검사들, 유죄 선고를 내린 판사와 법원에 대한 사과요구가 이어지고 있지만 당사자들과 법원, 검찰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비판을 받고 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