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기업노트)중국 우유 다시 뛴다…유제품 공룡 '이리'

실적과 성장성 두마리 토끼 잡았다

입력 : 2015-05-25 오후 1:44:44
지난 2008년 중국은 멜라민 분유 파동으로 전세계인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우유의 부피를 늘리기 위해 공업용 화학제품인 멜라민을 분유에 섞어 판매한 것이다. 멜라민 분유 파동은 자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까지 중국의 식품 안전 신뢰도를 추락시켰지만 이를 계기로 중국 내 많은 기업들은 식품 위생의 큰 변화를 겪게 됐다.
 
중국 낙농업체들은 검역 시스템을 강화하고 유제품류의 생산 표준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에 주력했다. 정부는 위생 및 생산 라인의 차질이 있는 기업들을 퇴출시키는 등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같은 낙농업계의 칼바람에 오히려 웃음 짓는 기업이 있다. 바로 유제품 시장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내몽고이리실업이다.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해외 기업과의 적극적인 투자에 나서고 있는 유제품계의 공룡, 내몽고 이리실업을 자세히 들여다 보자.
 
◇소비패턴 변화와 구조조정의 수혜자
 
내몽고이리실업(이하 이리실업)은 중국 유제품 시장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는 중국 최대 유제품 가공 업체다.
 
이리실업은 우유와 아이스크림, 분유 등 중국 3대 유제품 분야에서 세손가락 안에 꼽힌다. 이런 회사는 중국에서 유일무이하다. 주요 사업은 유제품 생산과 식품, 음료수 가공, 사료 제제 등으로 나뉜다. 유제품 사업 매출 비중은 우유가 78%, 분유는 12%, 아이스크림이 9%를 차지하고 있다.
 
매출 비중에 전적인 부분을 차지하는 우유와 아이스크림 생산은 7년 연속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분유 생산도 중국 내 3위권에 속한다. 원유가 싸기로 유명한 내몽고와 흑룡강성에 공급기지를 둬 경쟁사들 보다 싼값에 유제품을 만들 수 있다.
 
또 최근 5년간 10%의 성장률을 보인 중국 식음료 시장의 소비 트렌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인 부분이다. 도시화 진행으로 우유, 커피, 아이스크림 등의 소비가 늘어나기 시작했고 건강에 대한 인식도 바뀌면서 우유는 필수 소비재로 자리 잡은 것이다. 중국 정부도 우유 구매를 적극 권장하고 있어 우유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쟁 업체들이 시장에서 퇴출을 당해 현재 사업 환경도 좋다.
 
과거 중국 정부는 분유 업체를 통폐합해 매출 상위 10곳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으며 지난해에는 82개 업체에만 제조 생산을 허가해 사실상 51개 업체는 퇴출을 당했다.
 
추가 구조조정의 여지가 남아있는 가운데 업계 내 독보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리실업의 경우 되려 중장기적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사업화로 성장 모멘텀 확보
 
내수 판매 호조에 힘입어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도 기대된다.
 
이리실업은 지난해 ‘세계 일류 건강식품 기업’을 목표로 한 글로벌 사업을 추진했으며 올해 역시 공격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미국, 뉴질랜드 등 탄탄한 원유 공급원을 확보하며 발판을 넓혀가는 추세다.
 
2013년 4월 뉴질랜드에 첫 해외 생산 공장을 세웠고 지난해부터는 생산에 들어갔다. 미국과는 최대 유제품 기업인 데어리파머즈오브아메리카(DFA)와 손을 잡고 분유 공장 건설계획을 추진 중이며 이탈리아 유제품 기업인 스테릴가드라 알리멘티와는 사업 제휴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월트디즈니와의 파트너쉽을 통한 매출 향상도 기대요인이다. 중국 유제품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디즈니와의 프로모션을 진행해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 1~3분기에만 디즈니 어린이 음료의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성장했다. 향후 상해 디즈니랜드로 독점 공급을 통한 매출도 주목된다.
 
이리실업은 성장성과 함께 안정적인 실적을 겸비해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리실업의 실적은 중국 내 높은 시장점유율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544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고 순이익은 같은 기간 30% 성장해 예상치에 부합했다.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고급(프리미엄) 라인의 제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실적을 견인했다.
 
올해 역시 프리미엄 라인업과 판매 가격 인상 이슈로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2015년 연간 매출액은 618.3억위안으로 전년 대비 13% 증가할 것으로 기대되며 순이익은 같은 기간 22% 성장한 53.4억위안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리실업의 주가는 지난해 7월 저점 이후 꾸준히 상승 랠리를 이어왔으며 최근 한 달간 소폭의 기간 조정을 거쳤다. 그러나 지난 주(18~22일) 강한 반등을 감안할 때 건강한 조정이 마무리되고 재차 상승랠리를 재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6배로 글로벌 동종(peer)기업(24.2배) 대비 상대적인 저평가 매력도 부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후강퉁 시행 이후 상해종합지수의 상승률은 90%에 달한 반면 이리의 주가는 60% 오르며 시장 수익률을 밑돌았다. 과거 중국 시장에서는 에너지, 금융주와 같은 대형주로의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중국 당국의 신용거래 제한 조치 등의 규제와 가격 부담을 감안할 때 시장의 관심은 대형주보다는 실적 기대감이 높은 중소형 소비주, 기술주로 확대되고 있다. 이러한 증시분위기에 꾸준한 실적 성장과 해외 사업의 성장 프리미엄까지 고려한다면 이제는 이리실업의 주가 리레이팅도 기대해 볼 시점이다.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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