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45)씨가 항소심에서 징역 2년으로 감형받았다. 추징금 73억원도 물지 않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승련)는 22일 특경가법상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기소된 유씨에게 "교단이나 회사 업무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피해회복을 위해 노력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이날 재판부는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6조에 따라 유씨에게서 73억원 상당을 추징해야 한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정 종교집단 신도들에 의해 운영되는 피해회사 또는 법인의 돈을 실질적 운영자이자 신도들의 지도자의 지시에 따라 그의 아들에게 허위 명목 등으로 지출해 횡령한 경우에도 피해 회복을 위해 구체적인 노력 등이 진행된다면 국가가 추징할 수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유씨가 청해진해운 등 피해회사 등에게 피해 금액 상당의 부동산, 배당금청구권 등을 양도하고 이번 항소심에서 추가로 13억원을 공탁한 사정 등을 고려한 것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달 17일 부패재산의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 제6조에 따라 유씨에게 73억원 상당의 추징금을 새롭게 구형했다.
법원 관계자는 "횡령 범죄에 대해 부패재산몰수특례법에 따라 추징을 구한 사안은 최초의 선례"라며 "이번 판결은 이 조항에 따라 추징이 가능한 경우의 법리를 밝힌 첫 고등법원 판결"이라고 말했다.
유씨는 2002년 5월~2013년 12월까지 청해진해운 등 계열사 7곳으로부터 상표권 사용료 등으로 73억9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8월 구속 기소됐고 1심은 유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한편 이날 재판부는 유 전 회장 등과 공모해 형식상 고문계약을 맺고 2011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매달 1500만원씩 총 5억9000만원 상당을 지급한 혐의(특경가법상 횡령 등)로 기소된 송국빈(63) 다판다 대표에게 징역 2년6개월,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심과 같은 양형이다.
변기춘(44) 천해지 대표는 원심의 징역 4년을 깨고 징역 3년으로 감형됐다. 고창환(68) 세모 대표도 1심의 징역 3년에서 징역 2년6월로 감형받았다. 이들은 계열사 자금을 유용해 유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을 돕고, 유 전 회장에게 억대의 고문료를 지급하는 방법 등을 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가법상 배임 등)로 기소됐다.
지난 1월15일 대구 가정법원에서 열린 재산상속포기신청심문에 참석하기 위해 유병언(사망)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남 유대균(45)씨가 재판장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 / 뉴스1
신지하 기자 sinnim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