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으로 한국에서 큰 돈을 벌고 이른바 '먹튀'한 외국계 자본에 세금까지 퍼줄 위기다.
25일 정치권과 시민단체 등에 따르면 론스타와 아부다비 국제석유공사(IPIC)가 제기한 투자자·국가간 소송(ISD)에 패소할 경우 수조원대의 막대한 국부유출이 우려되고 있다. 또한 이들 소송으로 우리나라 과세체계의 근간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우리나라 기업들이 외국자본의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지난 21일 론스타에 이어 아부다비 국제석유공사(IPIC)가 한국 정부를 상대로 두번째 ISD를 제기했다. 론스타는 5조원대, IPIC는 약 2000억원의 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패소할 경우 막대한 배상금을 지급해야 하는 점도 문제지만 또 다른 ISD의 빌미를 제공해 우리나라 과세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46억7900만달러의 손해배상금을 청구한 론스타와의 ISD는 지난 24일 첫 심리가 마무리됐다. 론스타 소송의 쟁점은 크게 두가지로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의 의도적으로 지연시켜서 손해를 끼쳤는지여부와 ▲외환은행 등 매각에서 발생한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가 정당했는지 여부 등이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8월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경영난에 처했던 외환은행의 매각가격은 12억달러, 1조3834억원에 불과했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하나금융지주에 외환은행을 3조9157억원에 매각했다. 이 기간동안 주식매각대금과 배당금 등으로 벌어들인 매각차익은 모두 4조6634억원에 이른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에 외환은행을 매각하기 이전인 2007년 HSBC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체결했으나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외환은행 지분 51%를 5조9376억원에 넘기는 조건으로 하나금융과의 계약보다 2조원정도 높은 금액이었다.
론스타는 HSBC와 매각을 추진할 때 우리 정부가 고의로 매각을 지연시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당시 법원에서는 론스타의 외환은행 헐값 인수 의혹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에 매각을 승인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반박하고 있다.
두번째는 세금 문제다. 론스타는 외환은행 이외에도 극동건설과 강남의 스타타워 등에 투자했는데 이때 투자의 주체는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이었다. 론스타는 한국과 벨기에가 체결한 이중과세방지협정(투자보장협정·BIT)에 따라 세금을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론스타의 벨기에 법인은 페이퍼컴퍼니에 불과해 세금을 내는 것이 마땅하다며 맞서고 있다.
론스타와의 ISD는 다음달 29일부터 7월8일까지 2차 심리가 이어진다. 결론은 이르면 내년 상반기 쯤 나올 전망이다.
세계적인 부호 만수르 빈 자이드 알나하얀 회장의 자회사인 IPIC가 제기한 ISD도 투자보장협정에 따른 세금 문제가 주요 쟁점이다
IPIC의 자회사인 하노칼은 지난 1999년과 2006년 두차례에 걸쳐 현대오일뱅크의 주식을 취득한 뒤 2010년 8월 보유주식 전량을 현대중공업에 매각했다. 당시 매각가는 약 1조8381억원으로 양도차액은 1조2000억원에 달했다.
현대중공업은 주식 양도대금을 하노칼에 지급할 때 당시 법인세법에 따라 양도가액의 10% 상당액(1838억원)과 양도차익의 20% 상당액(2481억원) 중 적은 금액인 1838억원을 세금으로 원청징수해 납부했다.
이에 대해 하노칼은 자신들이 네덜란드 기업이고 조세 회피를 목적으로 한 회사가 아니기 때문에 한국과 네덜란드 사이의 협약에 따라 과세가 면제되야 한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 규모는 세금 부과분 1838억원에 이자를 합해 2000억원대가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국제중재는 통상 3~4년이 걸려 IPIC와의 ISD는 이르면 오는 2018년께 결론이 날 것으로 보인다.
원수경 기자 sugy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