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 총학생회를 비롯한 대학생들이 지난 1월 오후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일방적인 대학구조개혁 평가 반대' 기자회견을 열었다. ⓒ뉴시스
2015년 대학가에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동시에 대학생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교육부 정책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는 교육부가 2차에 걸친 대학평가를 통해 대학을 A~E까지 5개 등급으로 분류한 후 정원 감축과 운영자율권 등을 차별적으로 부여할 것이라고 방침을 내렸기 때문이다. 최종 평가는 오는 8월 발표된다.
그러자 대학들은 정부의 제재를 받기 전에 스스로가 원하는 방향으로 구조를 개편하고 정원을 줄이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개강과 함께 강의실이 아닌 거리를 찾은 이유다.
교육부가 이같은 방침을 정한 이유는 2013년 63만명이었던 고졸자가 저출산 등으로 2024년에는 39만명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대학 정원이 56만명인 가운데 이런 출세로 진행되면 17만 명의 입학 결손이 발생할 것을 우려한 탓이다.
교육부는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미리 대학의 정원을 줄이는 등의 구조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가에서는 교육부의 평가 항목과 지표가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점을 두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취업률 등을 평가 지표에 넣은 것은 취업률이 낮은 인문이나 예체능 학과를 통폐합하기 위한 수순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과 교수는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취업률을 기반으로 해서 대학의 구조조정을 강제하는 나라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인문계열에 대한 통폐합 과정과 계속된 인문계 대졸자들의 취업률이 낮아지면서 고등학생 때부터 문과보다 이과 진학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입시업체 종로학원하늘교육이 지난 3월 서울시교육청이 주관한 전국연합학력평가 응시현황과 채점결과를 분석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고3 자연계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은 전체의 39.6%로 전년도의 39.3%에 비해 0.3%포인트 늘어났다.
고3 자연계 과학탐구 응시자 비율은 2008년 33.4%에서 2010년 34.2%, 2012년 38.7%, 2013년 39%, 2014년 39.3% 등으로 증가세를 나타냈다. 반면 고3 사회탐구 응시자 비율은 2008년 62.8%에서 2015년 58.7%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취업률이 낮은 인문계열과 예체능계열의 학생 및 교수들은 시위를 하거나 심포지엄과 토론회를 개최하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대학 교수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발족하고 반대 성명을 발표하고 있으며, 일부 학생들은 “학교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 학과의 정원을 서서히 줄이거나 폐지할 것”이라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김혜숙 이화여대 철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한 심포지엄에서 “교육부나 대학 당국의 일방 통행식 구조조정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기 어렵고 인문학과 인문대학의 황폐화 내지 급작스런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교육부는 대학들이 공론의 장을 만들도록 장려함으로써 불필요한 갈등과 쟁투로 인한 낭비를 줄이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