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서민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한 공공분양 아파트가 박근혜 정부 들어 자취를 감췄다. 공공분양 아파트의 빈자리는 값비싼 민간분양 아파트로 채워졌다.
서민형 주택인 공공분양 아파트를 줄여가면서까지 주택공급을 낮추려던 정부계획은 민간건설사의 수익만 늘려줬다.
26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들어 공공분양 아파트는 1386가구만 인허가가 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028가구와 비슷한 수준이다. 반면, 올들어 민간분양 아파트는 16만1532가구로, 지난해 같은 기간 12만7780가구 대비 25.5% 늘었다.
서민용 주택인 공공분양 아파트는 이번 정권 들어 빠르게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명박 정부 마지막 해인 2012년 5만2157가구가 인허가됐던 공공분양 아파트는 박근혜 정부 첫 해인 2013년 9726가구로 급감했다. 이는 전년 대비 20% 수준에 불과한 수준이다. 지난해에는 5892가구로 또 다시 반토막났다.
박근혜 정부 첫 출범 당시 국토부는 수요에 비해 주택공급이 많다고 판단, 공공분양분을 감축키로 했다. 공급을 줄여 물가상승분 정도의 집값 상승을 이끌기 위한 조치였다.
현 정부의 첫 부동산대책이었던 2013년 4.1부동산대책에서 국토부는 "주택공급물량을 시장상황과 수요에 맞게 적정한 수준으로 조절해 나갈 방침"이라며 공공분양주택을 기존 연 7만가구에서 2만가구로 축소할 계획을 밝혔다.
이를 위해 전 정부의 역점사업이었던 보금자리지구 지정을 중단하고, 9.1부동산대책에서는 택지개발촉진법을 폐지해 신도시 개발마저 중단했다. 민간분양분 역시 대한주택보증의 분양보증 심사를 강화하는 등 공급을 조절키로 했다. 이를 통해 연 48만가구 수준이었던 주택인허가량을 39만가구로 감축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같은 국토부의 주택공급 장기 계획은 모두 틀어졌다.
현재 공공분양 아파트의 공급수준은 연 1만3000가구는 커녕 2년 4개월 동안 2만가구에도 못 미치고 있다.
총 주택인허가량은 집권 첫해 2013년 44만116가구로 전년 58만6884가구 대비 25.0% 줄였지만, 2014년 51만5251가구로 다시 증가했다. 공공분양을 대폭 축소했지만, 매수세 회복을 틈타 민간분양분이 35만8362가구에서 44만8748가구로 급증했다. 올해 4월까지 총 인허가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1% 증가한 17만117가구를 기록하고 있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장은 "저렴한 공공분양이 사라지며 무주택서민은 울며겨자먹기로 비싼 민간아파트를 사거나 임대로 살아야 한다"며 "수도권 부동산 침체기 때 나온 정책을 현재 고수할 필요가 있는지에 대해 재고해 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강남보금자리주택 전경. 현 정부들어 서민용 공공임대주택이 1/10로 급감했다.(사진/한승수)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