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책포커스)중남미 긴축바람에 미소짓는 우파

선거 앞두고 대통령 지지율 뚝…자구책 마련에 분주한 좌파

입력 : 2015-06-01 오후 12:00:57
"못살겠다 갈아보자"란 구호가 중남미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각국 경제의 좌 편향된 정책이 진행되는 동안 국민 경제가 파탄지경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부패 스캔들도 잇따라 터져 좌파 정치인들을 향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사태가 이 지경이 되자 15년 동안 구석에 있던 우파 정치인들은 중앙 무대로의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다.
 
◇중남미호, 우측으로 선회 조짐
 
중남미호가 우측으로 방향 선회를 할 조짐이다. 공공지출을 축으로 한 좌파 정부들의 포퓰리즘 정책이 서민들의 생활고를 해소하지 못한 탓이다. 정부 지출은 늘었는데, 경제는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국고만 축났다. 실제로 대외경제정책연구소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중남미의 재정수지 적자는 지난 2013년보다 소폭 증가한 (-)3.1%를 기록했다. 브라질(-4.4%)과 아르헨티나(-4.0%), 멕시코(-3.6%)가 특히 심각하다. 경기부양 명목의 세출이 지속해서 증가한 여파다. 사회 곳곳에 막대한 자금이 풀렸음에도 지난해 중남미 국내총생산(GDP)은 1.1%로 2009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지난 2013년에 기록한 2.9%와 비교해도 형편없는 수치다.
 
정부 지출이 아무런 효과를 거두지 못한 이유는 원자재 가격이 하락한 데다 미국·중국 경제 성장세마저 둔화됐기 때문이다. 이 두 사건은 모두 무역수지를 현저히 떨어뜨려 각국 정부 재정에 타격을 줬다. 또 다른 문제는 과도한 정부지출이 성장을 촉진하기는커녕 인플레이션만 유발했다는 점이다. 특히 베네수엘라의 인플레이션은 현재 전년 대비 100%에 도달해 하이퍼인플레이션 기준선인 60%를 무색하게 할 만큼 엄청나게 치솟았다. 그보다는 낮지만, 아르헨티나도 30%로 위험한 수준이다. 물가상승률이 이 정도 수준이 되면 서민들이 일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기가 어려워진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왼쪽)과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이 비즈니스 세미나에서 만나 자
유무역협정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로이터)
 
◇정치권 비리에 좌파 정부 신뢰도 바닥 
 
업친 데 덮친 격으로 정치권 비리 문제도 불거졌다. 브라질은 국영 석유회사인 페트로브라스가 비리 스캔들에 연루된 것을 계기로 대통령 탄핵 여론에 불이 붙었다. 지우마 호세프 브라질 대통령은 경제난을 해소하지 못한 데다 기업 비리마저 방치한 무능한 대통령으로 평가되고 있다. 급기야는 호세프 탄핵론까지 나왔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멕시코 대통령도 정치권 부채로 몸살을 앓고 있고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부패 의혹을 사 지지율이 급락했다. 미첼 바첼레트 칠레 대통령도 권력형 비리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중남미 각국이 경제난과 정치권 비리란 이중고에 직면하자 우파 정치인들이 한 것도 없이 반사이익을 거두게 생겼다. 좌파 정권 아래서 경제가 반 토막 나고 정치 부패도 심화돼 그 반대편에 있던 우파 정치인들이 새삼 주목받기 시작했다. 파라과이와 콜롬비아를 제외한 남미 10개국 정부를 10년이 넘도록 좌파 인사들이 점령해 왔는데, 이제는 달라질 조짐이다.
 
마침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와 정권 교체로 현 상황을 반전시키자는 여론이 형성됐다. 대규모 지출로 인플레만 키운 좌파식 포퓰리즘에서 벗어나 친 기업·재정긴축을 표방하는 보수 우파에 힘을 실어주자는 것이다. 실제로 올해 말 의회 선거를 앞두고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의 지지율은 16년 좌파 정권 이후 최저치인 30% 이하로 떨어졌다. 전문가들은 여당이 참패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아르헨티나에도 비슷한 분위기가 형성됐다. 어거스틴 이치반 정책 전문가는 "오는 10월 선거를 계기로 아르헨티나의 정책은 크게 변화할 것"이라며 "포퓰리즘 정책은 확실히 종료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좌파정부, 무역확대 등 자구책 마련
  
상황이 어렵긴 하지만, 좌파 정치권도 이대로 무너질 수 없다는 각오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존마저 위태로울 것이란 불안감에서다. 먼저 탄핵 위기에 처한 브라질이 몇몇 포퓰리즘 정책을 포기하고 균형 예산을 이루기 위한 지출 삭감에 돌입했다.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은 연간 예산을 700~800억레알 줄이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호세프는 좌파진영으로부터 “배신자”란 소리까지 들었지만, 긴축 기조를 밀어붙일 계획이다. 호세프는 긴축으로 재정 건전성을 강화하는 한편, 레알화 약세를 기반으로 수출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통상교역의 폭을 넓히려는 노력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8일 호세프는 멕시코에서 엔리케 페냐 대통령을 만나 오는 7월부터 자유무역협정협상을 진행키로 합의했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브라질은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의 일원으로 보호무역을 추구했고 파라과이,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베네수엘라 등 회원국들 하고만 자유롭게 교역했다. 멕시코는 자유무역주의를 표방하는 태평양동맹(PA)의 회원국으로 보호무역을 고집하는 메르코수르와 대립각을 세워왔다. 이랬던 양국이 지금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서로에게 손을 내밀고 있다. 칠레는 중국을 돌파구로 삼았다. 지난달 26일 양국은 3조9000억원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맺고 금융과 인프라 부문에서 경제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베네수엘라는 오히려 재정 지출을 더 늘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마두로 대통령은 공립학교 교사의 월급을 50% 인상하고 버스 생산공장을 짓기로 했다. 이런 가운데 중남미 외교장관들은 메르코수르와 태평양동맹을 합치는 논의를 진행 중이다. 둘이 합치면 무역 규모가 늘어 성장률도 반등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양측이 합치면 경제 규모가 중남미의 90%에 달할 전망이다. 여러 장애물이 있긴 하지만, 양측 대표주자 격인 브라질과 멕시코가 양국 간 교역 장벽을 허물수도 있어 중남미 경제가 하나로 합쳐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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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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