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종로구 서린동 SK본사. 사진/뉴시스
정부의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10대 그룹의 내부거래액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재벌닷컴에 따르면, 공기업을 제외한 자산규모 상위 10대 그룹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액은 지난해 155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013년 154조2000억원 대비 0.91%(1조4000억원) 증가한 규모다. 10대 그룹의 내부거래 비율은 2013년 14.36%에서 14.55%로 0.19%포인트 상승했다.
10대 그룹 내부거래 규모는 2011년 152조5600억원에 달한 뒤 이듬해 151조3000억원으로 1조2600억원 감소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세진 영향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2013년부터 2년째 증가세가 지속되고 있다.
내부거래액과 증가액이 가장 큰 곳은 SK그룹으로 나타났다. SK그룹의 지난해 내부 거래 금액은 47조7700억원으로 2013년 대비 18% 증가했다. 지난해 내부거래 비율도 28.88%를 기록, 전년 대비 2.87%포인트 늘었다.
GS그룹은 지난해 내부거래 규모가 2조7400억원으로, 2013년 대비 24.4% 증가했다. 10대 그룹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율이다. 다만 내부 거래 비율은 4.31%로 가장 낮았다. 포스코그룹과 현대자동차그룹은 내부거래액이 2013년 대비 각각 1조8300억원(11.8%), 3조3500억원(9.7%) 감소했다. 하지만 내부거래 비율은 각각 19.39%와 18.80%로 10대 그룹 중에서 2∼3위에 올랐다.
한편 SK그룹은 재벌닷컴의 발표에 대해 "회사분할에 따른 불가피한 현상"이라며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SK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내부거래 금액과 비중이 증가한 것은 SK에너지가 2013년 7월 인적분할을 통해 SK인천석유화학과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을 자회사로 두면서 내부거래 금액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회사분할은 업종전문화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한 회사의 특정 사업부문을 독립시켜 별도의 자회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회사가 분할되면 종전까지는 회사 내 사업부서간 거래로 인정됐던 것이 내부거래로 분류된다"면서 "이번에 늘어난 7조2500억원은 인적분할에 따른 자연 증가분"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회사분할에 따른 증가분을 제외할 경우 내부거래 비율과 금액은 분할 전인 2010년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SK그룹에 따르면, 2010년 15.55%(17조4000억원)에서 ▲2011년 14.76%(20조9000억원) ▲2012년 14.38%(20조4000억원) ▲2013년 15.28%(20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는 회사분할에 따른 내부거래 증가분을 제외할 경우 15.42%(21조4000억원)라는 게 SK그룹 측의 주장이다.
30대그룹 내부거래 현황. (자료=재벌닷컴)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