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홍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이 KBS의 TV수신료 인상 요구에 대해 “사장 선임 방식을 특별다수결제로 개선하고 편성규약과 편성위원회를 법제화하는 등 공정방송 확립을 위한 선행조건 이행이 필수”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2일 정부과천청사 방통위 기자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영방송의 수신료는 국민이 부담하는 준조세이기 때문에 인상 근거와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야 한다”며 “무엇보다 공영방송으로서 정치적 중립과 공정보도 원칙을 엄정히 지키고 공적 책무와 다양한 여론형성에 충실했는지 평가받는 절차가 필수”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이 TV수신료 인상을 위해 제시한 선행조건은 ▲사장 선임 시 ‘특별다수결제’ 도입 ▲공정방송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 확립 ▲보도본부장 중간평가제 및 보도국장·시사제작국장 임명동의제 정착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와 자구책 마련 등 4가지다.
먼저 공정방송의 수호자로서 KBS 사장에 대한 선임 방식을 ‘특별다수결제’로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은 “여야의 추천 비율이 7대 4인 KBS 이사회 구조에서 사장을 단순 다수결로 선임하는 것은 정권측이 직접 임명하는 것이나 조금도 다르지 않다”며 “공영방송의 생명인 정치적 중립성 파괴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공정방송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은 “노사 합의로 작성된 편성규약과 편성위원회(보도위원회)의 권능을 방송법에 규정해 구속력을 갖도록 해야 한다”며 “보도국과 시사제작국 산하에는 국별 모니터링소위원회를 설치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보도본부장의 중간평가제와 보도국장 및 시사제작국장 등의 임명동의제를 정착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의 보도와 제작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편성규약은 실무자와 책임자로 나뉘어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는 만큼, 그 책임자에 해당하는 국장들에 대해 실무자들의 임명동의가 뒷받침돼야 편성규약이 실효성을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김 위원은 KBS의 흑자경영 정착을 위해 강도 높은 경영합리화와 자구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수신료를 납부하는 시청자들은 이번 수신료 인상분이 콘텐츠의 질 향상을 위해 투입되지 않고 방만한 경영으로 인한 손실 메우기나 단순 임금인상으로 소진되는 것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며 “시청자들의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위 선행조건이 반드시 이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EBS의 수신료 배분 비율을 현행 3%에서 15%로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선 향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은 “EBS가 학생들에게 무료 보편적인 교육서비스를 제공하고, 농촌이나 격오지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학습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EBS의 중요한 역할을 부인할 수 없다”며 “먼저 KBS 수신료 인상안에 대한 검토를 충분히 한 후 EBS의 재원 충당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연 기자 kmyttw@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