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 월세가 오르면 저소득층과 30대이하 가구 소비가 더 위축된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과도한 주거비 상승이 이들 계층의 소비를 옥죄어 소득불균형을 확대시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주택시장에서 월세비중은 2010년 21.5%에서 2014년 23.9%로 확대됐다.사진/뉴시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주택시장의 월세주거비 상승이 소비 및 소득분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시장에서 전세의 월세 전환이 빠르게 확산되는 가운데 월세가 1% 오르면 전체 가계의 소비가 0.02% 감소하고 소득격차는 0.5% 악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과 39세 이하 가구의 소비가 크게 감소했다. 저소득층 소비감소율은 0.09%로 평균보다 4배 이상 높았고, 39세 이하 가구의 소비감소율도 0.08%로 50대(-0.02%), 60대(0%)보다 훨씬 높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주택시장에서 월세비중은 2010년 21.5%에서 2014년 23.9%로 확대됐다. 같은 기간 월세 주거비도 월 28만원에서 32만원으로 늘었다.
또 월세가구가 점차 확산되면서 월세주거비가 큰 폭 상승해 40만원 이상의 고액 월세를 부담하는 가구도 늘어나는 추세다.
월세비중 확대는 전세 임대인들의 월세전환으로 전세공급 물량이 부족한 데다 전세 임차인들의 보증금 환수불안에 따른 월세전환, 월세거주 비중이 높은 1~2인가구의 증가 등으로 월세수요가 확대된 영향이다.
월세가 오르면 소득분배율도 악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5분위배율(소득 상위 20% 평균소득을 하위 20% 평균소득으로 나눈 값)의 월세주거비 탄력성은 0.5로 집계됐다.
월세가 10%오르면 고소득층과 저소득층간 소득격차가 5% 더 벌어진다는 것이다.
김정성 한은 조사국 산업경제팀 과장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월세비중이 늘어나면서 월세주거비 상승이 경직성 지출을 늘려 재산형성을 제약하면서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전세가격이 높아지면 저소득층보다 고소득층 소비가 상대적으로 더 줄어들었다. 전세가격 1% 상승시 저소득층은 소비가 0.04% 줄었고 고소득층은 0.05% 소비가 감소했다.
김정성 과장은 "여전히 전세 비중이 크기 때문에 월세 상승의 이런 영향이 과도기적 현상인지 중장기적으로 지속될 지를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며 "하지만 앞으로 월세 상승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려면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저소득층 소득기반 확충 등의 정책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하늬 기자 hani4879@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