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원·달러 환율과 주가가 선순환하면서 유가증권시장의 주도주가 바뀌고 있다.
환율 하락에 3월 초부터 국내 증시의 상승을 이끌어왔던 IT주는 '환율 효과' 반감 등으로 주가가 주춤하는 반면, 은행주들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금융시장 안정으로 최근 국내 증시를 선도하는 것.
10일 삼성증권을 비롯한 증권업계에 따르면 코스피지수가 1,360대에 진입한 지난달 23일부터 1,400선을 회복한 이달 7일까지 2주간 유가증권시장에서 수익률 1위를 기록한 업종은 은행업종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2.4% 오르는 사이 은행업종은 14.3%나 상승했고 건설(10.5%), 철강(8.1%), 유통(6.9%), 음식료(5.8%), 증권(5.3%), 기계(5.2%), 운수장비(4.0%), 보험(3.0%), 운수창고(2.9%)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IT업종은 8.3%나 하락해 주요 업종 가운데 유일하게 내리막길을 걸었다.
코스피지수가 본격적 상승세를 타기 시작한 3월 초부터 4월22일까지는 은행과 IT업종은 각각 41.3%와 39.5%의 상승률로 기계(52.9%), 증권(51.1%), 건설(42.0%), 철강(39.2%) 등과 함께 지수상승을 주도했었다.
개별 종목에서도 이 같은 흐름은 뚜렷이 확인되고 있다.
3월 초부터 4월22일까지 삼성전자(31.82%)와 LG디스플레이(35.90%), LG전자(59.42%), 하이닉스(104.55%) 등의 주가는 급등했지만 4월23일부터 이달 7일까지는 각각 9.73%, 9.09%, 7.21%, 11.36%나 하락했다.
반면 최근 2주간 KB금융(23.63%)과 하나금융지주(16.16%), 신한지주(9.83%), 우리금융(19.87%) 등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3일 달러당 1,348원을 기록했던 원·달러 환율이 8일 현재 1,247원으로 급락해 외화부채 부담이 줄어든 데다 미국의 은행권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가 당초 우려보다 심각하지 않다는 평가 등이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증권 정명지 연구원은 "시장 상승을 주도했던 IT와 자동차 관련주는 환율 급락으로 단기 모멘텀이 약화하고 있다"며 "현 장세의 키워드는 금융주와 경기 회복 수혜주로, 은행·증권 등 금융주와 철강, 건설 등 경기 회복 수혜주에 대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증권 조혜린 연구원도 "환율 민감도가 높은 수출주가 조정을 받고, 환율 하락으로 득이 되는 내수 관련주의 시가총액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환율이 하락한다고 수출주 실적에 대한 막연한 우려는 경계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가격은 꾸준한 오름세를 보이고 있고, IT업종의 실적 전망도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