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국민적 의혹 규명'이란 목표로 출발했던 검찰의 이른바 '성완종 리스트' 수사가 의혹만 더 부풀려 놓고 사실상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인다.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지난 8일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16시간 동안 조사했다. 그러나 당초 제기된 대선자금 의혹 등에 대해서는 별 성과를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 의원은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으로부터 지난 대선 당시 정치자금 2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이를 단서로 대선자금까지 수사를 확대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메모와 녹음파일 외에 결정적 단서를 잡지 못하면서 홍 의원은 무혐의 처리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성 전 회장의 대선자금 로비 수사 역시 '미완의 사건'으로 남겨질 전망이다.
홍의원에 대한 검찰 조사가 사실상 빈손으로 끝난 데에는 서면질의서를 먼저 발송한 뒤 이를 토대로 조사를 실시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답안지를 먼저 보여주고 이를 되물은 셈이라는 것이다.
홍 의원도 16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변호사 조력 없이 혼자 조사를 받는 '여유'를 보였다.
여기에 성 전 회장의 지시에 따라 한장섭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새누리당 관계자 김모씨에게 2억원을 전달했다는 시점도 2012년 대선으로 특정하지 못하면서 홍 의원과의 연관성도 멀어진 상황이다.
게다가 검찰은 성 전 회장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을 받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
법원은 "현재까지 수집된 증거자료의 내용 및 그에 의한 범죄혐의의 소명정도, 피의자의 주거, 가족관계를 포함한 사회적 유대관계, 수사 및 심문과정에서의 진술태도 등에 비춰볼 때 현 단계에서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검찰이 주장한 김씨 구속 이유를 모두 부정했다. 이를 두고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검찰이 보강조사를 거쳐 김씨를 구속하더라도 이번 수사가 대선자금으로 확대돼 리스트 의혹을 규명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검찰은 홍 의원과 함께 이후 조사 대상자로 거론됐던 유정복 인천시장과 서병수 부산시장 등에 대해서는 서면 질의서를 분석한 결과 소환 필요성이 없다고 잠정 결론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그동안 미뤄왔던 홍준표 경남지사와 이완구 전 국무총리를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전망이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경남기업 고 성완종 전 회장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 2억원을 받은 의혹이 제기된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이 9일 새벽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조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