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논란이 됐던 존엄사법 논의가 정치권에서 다시 본격화 되고 있다. 지난 5월 새누리당 김재원 의원이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입법정책토론회’를 개최하며 관련 법률안 조율에 들어간데 이어 같은 당의 신상진 의원도 ‘존엄사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하며 법안 추진에 돌입했다.
연명의료와 연명치료는 같은 뜻으로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치료 효과 없이 인공호흡기를 통해 임종 과정의 기간만 연장하는 의학적 시술을 말한다. 이와 관련, 최근 김재원 의원은 ‘연명의료 중단법안’을 발의를 준비 중이다. 2013년 국가생명윤리심의 위원회가 연명의료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권고한 후 이 권고를 토대로 김 의원이 입법에 나선 것이다.
이 법안은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회생 가능성 판정을 ‘의사 2인 이상’이 하도록 했다. 이어 연명의료 중단 결정을 환자가 아닌 가족이 할 경우 ▲배우자 ▲직계비속 ▲직계존속 ▲가족이 없는 경우에는 형제자매로 한정했다. 단, 가족의 의견이 엇갈리거나, 환자가 연명 의료를 원한다는 객관적 정황이 있을 경우에는 의료를 중단하지 못하도록 했다.
신상진 의원이 지난 9일 발의한 ‘존엄사법 제정안’도 존엄사를 2명 이상의 의사가 말기 상태로 진단하여 의학적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는 경우로 한정했다. 또한 환자는 언제든지 ‘존엄사’의 의사표시를 철회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아울러 의료지시서를 등록하지 않은 말기환자가 연명치료 등의 실시 여부에 대한 의사표시를 할 수 없는 경우 말기환자의 배우자 및 직계존비속 전원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대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추가했다.
특히 말기 환자가 스스로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존엄사’의 개념과 요건, 처벌규정을 법제화한 것이 이 법안의 핵심이다. 이로 인해 약물 주입 등으로 생명을 끊는 ‘안락사’와는 엄격히 구분했다.
존엄사법 문제의 핵심은 먼저 무의미한 연명의료 대상 환자의 기준이다. 이에 대해 의료계에서는 식물인간상태의 환자를 회복 불가능한 말기환자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는 치료 중단여부에 대한 환자의 자기결정권도 문제로 지적된다. 진료중단은 반드시 환자 자신의 명료한 의사표현에 따라야 한다는 주장과 현실적으로 가족의 대리 결정을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붙고 있다.
현재 법안 통과 여부는 미지수다. 의료계와 종교계에서 여전히 이견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종교계에서는 가족의 동의만으로도 연명치료를 중단할 경우 존엄사가 남용될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공동대표인 이상원 총신대 교수는 10일 통화에서 “연명치료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거의 틀림없이 존엄사가 남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법안을 발의한 김 의원 측과 신 의원 측은 이 법안의 국회 통과 가능성에 대해 자신하고 있다. 이미 오래전부터 준비한 법안이고 국민 여론도 이 법안에 대해 찬성하는 쪽이 우세하다는 점에서 충분히 해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신상진 의원실 관계자는 “제18대 국회에서 이 법안을 추진할 때, 의료계와 법조계의 이야기를 모두 경청하고 만들었다”며 “이 법안과 관련된 공청회 개최 등 준비를 많이 했다”고 말했다.
김재원 의원실 관계자도 “이번 공청회를 통해 여러 단체의 이해관계자분들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고 여론조사에서도 이 법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많다”며 “호스피스 완화의료 부분만 같이 담아내면 어느 정도 충분히 논의가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예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인 김재원 의원(새누리당)은 지난 5월 22일 국회에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해야 하나? 바람직한 연명의료 결정을 위한 입법정책토론회’를 열고 존엄사 허용 문제를 논의했다. 사진/김재원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