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계 "남미에서 북미로"..원유도입선 확대

미주지역 원유 도입량, 4월 기준 2%로 수직상승

입력 : 2015-06-10 오후 4:28:16
원유를 싣고 항해 중인 유조선. 사진/뉴시스
 
국내 원유 도입선에 미세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그동안 브라질과 에콰도르, 콜롬비아 등 주로 남미 지역에 한정돼 있던 원유 수입국이 지난해부터 북중미 지역으로 확대되면서 미주지역 수입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이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로 원유 수입을 대폭 줄이자 남미와 북중미 산유국들이 아시아 지역에서 판로 개척에 적극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10일 한국석유공사의 석유정보 사이트 페트로넷에 따르면, 올해(1~4월 누적치) 미주지역 도입 원유는 총 705만5000배럴을 기록, 전체 원유 수입량의 2%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주지역은 2013년 연간 도입량이 32만9000배럴을 기록, 국내 전체 원유 수입량의 0.03%에 불과할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했다. 하지만 지난해 전체 원유 도입량의 1%(1005만3000배럴)를 차지한데 이어 올해도 도입 물량과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다.
 
도입선 다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 2013년까지 도입국가는 브라질(2005~2009년)과 에콰도르(2006년 제외한 2005년~2010년), 콜롬비아(2012년 제외, 2010년~현재) 등 남미 국가에 편중돼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GS칼텍스가 미국산 콘덴세이트를, 현대오일뱅크가 캐나다산 중질유를 각각 들여오면서 도입선이 남미에서 북미로 확장됐다.
 
올해 역시 도입선 다변화 기조가 지속될 조짐이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는 멕시코에서 총 397만9000배럴(4월 누적)의 원유를 수입했으며, SK이노베이션 역시 이번달에 멕시코산 원유를 들여올 예정이다.
 
이는 무엇보다 미국발 셰일가스·오일 혁명의 영향이 컸다. 미국은 최근 셰일오일 생산량 증가에 힘입어 원유 수입국의 딱지를 떼고, 수출국으로 탈바꿈하려는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미국 내 수급변화는 남미와 북중미 산유국은 물론 아시아 지역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국 주변 산유국들이 최대 수요처를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자 아시아 지역으로 눈을 돌려 판로 개척에 나선 것이다. 원유 도입 비용을 조금이라도 아껴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정유사 입장에선 더 싼 값의 기름을 들여올 길이 열린 셈이다.  
 
실제로 지난 1~4월 누적 기준, 미주지역 원유 도입단가(원가, 보험료, 운임료를 합산한 CIF 기준)는 배럴당 50.06달러로, 중동지역(52.09달러) 대비 2달러 저렴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중동과 미주지역 가격이 각각 108.11달러, 131.22달러를 기록하며 중동산 원유가 압도적인 가격우위를 점했다면, 올해는 역전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원유의 질적인 측면에서는 중동산이 앞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국내 정제설비는 중동산 원유에 최적화 돼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주지역 원유 도입물량은 단기간에 급증하기보다 점진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관련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유 업계의 한 관계자는 "멕시코와 남미 지역 산유국들이 셰일오일의 여파로 유럽, 북미 시장을 잃게 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을 대상으로 적극 세일즈를 펼치고 있다"면서 "다만 품질이 균일하지 않다는 리스크도 있기 때문에 가격만 보고 무턱대고 들여오기보다 활용 방안들을 미리 수립한 상태에서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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