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 예보 만큼 자주 보는 소식이 세계 부호들의 일상이다. 거의 한 주도 빼놓지 않고 억만장자의 동향에 관한 보고서가 쏟아진다. '블룸버그의 억만장자' 스위스 UBS의 '억만장자 통계', 중국의 '후룬리포트' RBC 웰스매니지먼트 '세계부자보고서', 포춘, 포브스 등이 그에 해당한다.
포브스 억만장자 1826명..부유해지는 속도 빨라져
억만장자의 수에 따라 부자보고서의 명성도 덩달아 오르는데 1982년 창간 이후 성별과 직업, 신분 구분 없이 재산만으로 순위를 발표한 부자보고서의 대장인 포브스는 올해 부호 리스트에 오른 억만장자가 (10억 달러 이상)1826명이라고 밝혔다.8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이며 이들의 총 자산은 7조500억달러로 지난해 6조4000억달러에서 불어났다. 놀라운 것은 지난 20년간 이들은 어느 때보다 더 빠르게 부유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포브스가 발표하는 부호400의 재산총액은 1982년 918억달러에서 2006년 1조2500억달러로 증가했다. 그 동안 경제는 몇 번의 위기와 침체를 겪었지만 부호들이 지난 25년간 자산이 줄어든 때는 2001년과 2002년 단 두 차례뿐이었다.
개인부호들의 재산증가 속도도 가팔라졌다. 같은기간 미국 부호들의 평균 재산이 2억3080 만달러에서 31억4000만달러로 불어났다. 이에 따라 이들 재산은 미국 국내총생산(GDP)대비 2.8%였지만 2011년에는 그 비중이 9.5%까지 확대됐고 인터넷 버블이 절정이었던 2000년대에는 13.2%에 달했다. 억만장자를 줄 곧 인터뷰 해온 '더 리치 부자의 탄생'의 저자 피터 번스타인은 포브스 잡지를 통해 "1980년대는 7500만달러만 있어도 미국에서 부자리스트에 들 수 있었으나 지금은 10억달러 이상은 있어야 이름을 올렸다"고 언급했다.
'중국' 슈퍼리치의 허브로 떠오르다
이러한 변화는 미국에서만 나타난 것은 아니다. 최근 세계 부호 명단만 봐도 알 수 있다. 중국판 포브스인 후룬리포트에 따르면 공식적으로 미국의 억만장자 수는 537명, 중국은 478명이지만 비공식적인 부유층을 고려하면 중국의 억만장자가 압도적으로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부의 규모도 엄청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중국에서는 10위에 불과할 정도다.
특히, 지난해에는 중국 증시 급등으로 중국인 억만장자 탄생이 많았는데 부동산 재벌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전자 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마윈 회장은 보유한 주식 가치만 300억 달러가 넘는다. 이 밖에도 중국에서는 천만장자만 4년새 두 배 이상 늘었고 젊은 억만장자가 매주 한 명씩 탄생하고 있다. 다만, 미국에서 빌게이츠, 워런버핏 등 부호 순위가 바뀌지 않는 것과 달리 중국의 억만장자 순위는 역동적이다.
중국 부호의 특징은 부호의 60%가 자수성가형이며 전자상거래와 가전,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성공한 1960년대 출생인 50대 많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에서 자수성가형이 13%인 것과 대조를 이룬다. 반면, 중국에서 혼자의 힘으로 성공한 이들이 IT 업종에 집중돼있는 점은 미국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기술력을 갖고 부를 축적한 테크형 억만장자라는 점과 비슷하다.
슈퍼리치의 조건, 위험감수와 승부욕
지금까지 억만장자의 통계와 특징들을 살펴봤을 때 정확히 억만장자가 되는 비법은 없다는 결론이 나온다. 다만, 이들의 공통된 자질이나 기질은 찾을 수 있다고 한다. 전세계 1300여명의 억만장자를 인터뷰한 스위스의 UBS와 PwC가 발표한 ‘2015 억만장자 보고서'에서 전세계의 억만장자를 관통하는 핵심키워드는 '위험감수와 기회포착능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포'라고 정의했다. 억만장자는 성별, 인종, 나이, 모두 다르지만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기 위해 도전하고 기꺼이 위험을 감수하려는 공통된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포브스 재팬이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결과 성공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한 문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결단을 내린다'는 응답이 절반을 차지했다고 밝힌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피터번스타인 역시 "많은 부자들은 성실하지만 동시에 모험을 감수하고 뛰어든 끝에 성공의 열매를 맛본다"고 전했다. 실제 포브스에 이름을 올리는 부호 대부분은 카드놀이와 포커의 고수라는 사실은 나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부호들을 관통하는 또 다른 키워드는 ‘승부욕 ’이다. 대부호들은 승자독식의 철학을 신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현재의 부를 얻는데 성공했다. 빌 게이츠도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을 독점적으로 석권하기 위해 자사의 브라우저를 윈도우 운영체제에 무료로 끼워 파는 등의 방법까지 동원하며 경쟁자인 넷스케이프를 없애려 했다. 그가 사업에 있어서만큼은 철저히 승부사적 기질을 발휘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배포다. 영국 글로벌컨설팅업체 PwC는 "억만장자들은 실패를 성공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지나쳐야 할 관문으로 여긴다"면서도 "이를 기회로 바꿀 능력 역시 탁월하다"고 설명했다.
명정선 기자 cecilia102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