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쉘(Shell)과 합작으로 충남 대산에 설립한 윤활기유 공장. 사진/현대오일뱅크
'반란은 끝나지 않았다.' 국내 정유 4사 중 윤활유 사업에 가장 뒤늦게 진출한 현대오일뱅크가 '꼴찌 탈출'에 시동을 걸었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 윤활유 시장 점유율을 오는 2018년까지 10%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14일 밝혔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정유 4사의 국내 윤활유 시장 점유율은 절반에 조금 못 미치는 45%를 기록하고 있다. GS칼텍스(17%)와 SK루브리컨츠(16%)가 치열한 선두 다툼을 벌이는 가운데, S-Oil(12%)과 현대오일뱅크(1.9%)가 뒤를 잇는 '2강 1중 1약'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GS칼텍스(24.9%)와 현대오일뱅크(22%)가 1위인 SK이노베이션(29.5%)을 바짝 뒤쫓는 경질유 시장과 확연히 다른 구도다.
현대오일뱅크가 윤활유 부문에서 점유율이 뒤쳐진 것은 시장 진입이 한발 늦었기 때문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013년 윤활유 제품인 '엑스티어(XTeer)'를 출시한데 이어 지난해 9월부터는 글로벌 에너지 기업 쉘과 합작으로 설립한 현대쉘베이스오일에서 윤활유의 원료인 윤활기유를 생산하고 있다. 원유 정제를 통한 휘발유·등유·경유 등 경질유 제품 생산에서 윤활유 부문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넓히며 수익구조 다변화를 노리고 있다.
문제는 윤활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러 후발 주자가 단숨에 안착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국내 시장은 윤활유공업협회 정회원 등록업체만 19개, 비등록 업체 포함 약 200여개 이상의 기업이 참여하고 있다. 해외 역시 쉘과 엑손모빌, BP, 쉐브론 등 쟁쟁한 글로벌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국내외 영업망을 총동원해 점유율을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내수 시장은 현대그룹 계열사와 대리점 중심의 소매 시장을 집중 공략해 안정적 성장의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해외 시장은 현재 중국과 동남아, 중동, 남미 지역 등 25개국에 윤활유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오는 2018년 말에는 60개국으로 늘릴 방침이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각 사업·영업 본부가 인력과 인프라를 적극 지원한 덕에 국내외 윤활유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나가고 있다"면서 "올해는 시장 반응에 보다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연내 '윤활유 기술연구소'를 설립하고, 완성차 회사로부터 인증을 취득하는 등 판로 개척에 집중할 방침이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