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대신 미국을 방문해 한·미원자력협정에 정식으로 서명한다. 외교부는 14~16일(현지시간) 미국을 방문하는 윤 장관이 15일 워싱턴D.C.에서 어니스트 모니즈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나 지난 4월 22일 가서명된 한·미원자력협정에 서명할 예정이라고 14일 밝혔다.
당초에는 박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서명할 계획이었지만, 대통령 방미가 메르스 여파로 연기됨에 따라 윤 장관이 대신 나서게 됐다. 미측에서도 운동 중 부상을 당해 대외활동을 중단한 존 케리 국무장관을 대신해 모니즈 에너지부 장관이 서명에 참여한다.
한·미 양국 정부는 4년6개월여간의 원자력협정 개정 협상 끝에 지난 4월22일 타결했고, 당시 박노벽 외교부 한·미원자력협정 전담대사와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가 협정안에 가서명했다. 이후 박 대통령은 이달 9일 열린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협정안을 심의·의결함으로써 대통령 재가 절차를 완료했다. 오바마 미 대통령은 11일 협정안을 재가했다.
정식 서명은 양국 행정부 차원의 절차를 마무리하는 것에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는 서명 이후 협정안을 의회로 보내 비준 절차를 시작한다. 상·하원 심의 과정에서 45일 안에 승인결의안이 나오고, 90일 연속회기 동안 반대가 나오지 않으면 비준이 끝난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식 서명 후 국회 비준 문제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개정 전의 한·미원자력협정을 비롯해 그간 한국이 체결한 29개 원전협정 가운데 국회 비준을 거친 협정이 하나도 없어 비준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 법제처도 비준 필요성을 검토한 후 국회 비준을 받을 필요가 없다는 유권 해석을 외교부에 전달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탈핵·환경 관련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한국도 미국처럼 협정안 전체를 공개한 후 공개 토론회를 열고 국회 비준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박근혜 대통령 대신 미국을 방문해 한미원자력협정에 정식 서명할 예정이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