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해리슨 웨스트체스터 골프장(파73)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 최종라운드에서 김세영이 경기를 치르고 있다. ⓒNews1
올 시즌 두 번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은 결국 박인비(27·KB금융그룹)의 우승으로 종결됐다. 박인비는 이번 대회 우승으로 단일 메이저 대회 3년 연속 우승영예에 올랐다. LPGA 투어 사상 박인비를 포함해 세 명만 쓴 진귀한 기록이다. 자연스레 스포트라이트도 박인비에 쏠렸다.
박인비의 성과가 워낙 뛰어나 가려지긴 했지만 준우승자 김세영(22·미래에셋)의 성과도 결코 박인비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이번 대회의 김세영은 치명적인 실수를 범해 별칭인 '역전의 여왕'의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최종 라운드에서 선두 박인비와 2타차로 시작해 1타차로 좁히면서 손에 땀을 쥐게 했지만 자멸하며 추격전을 멈췄다.
하지만 신인이 LPGA 투어 메이저 대회의 준우승을 했다는 사실은 마땅히 칭찬받을 일이다. 기성 선수도 이루기 힘든 성과다.
덕분에 김세영은 김효주(20·롯데)를 제치고 신인왕 포인트 선두도 지켰고, 32만3230달러의 준우승 상금을 받으며 시즌 절반을 치르지 않은 상황에 누적된 상금이 이미 109만6834달러로 100만 달러를 넘겼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 컷 탈락한 리디아 고(94만2476달러)를 제치고 박인비(142만2500달러)에 이은 누적 상금 부문 2위로 올랐다.
이번 대회 종료 이후 발표된 김세영의 세계랭킹 또한 종전 15위에서 11위까지 급격히 올랐다. 10위 이내 진입 순간도 머지 않았다. 신인임에도 이제 명실상부한 LPGA 투어 상위 골퍼인 것이다.
개인 통산 LPGA 투어 메이저대회 6승째를 한 박인비가 '골프 여왕'이면 김세영은 '차세대 골프 여왕'이 유력한 선수인 것이다.
김세영은 신인이나 올해 출전한 두 메이저 대회 톱5에 이름을 올렸고, 14개 출전 대회 중 일곱 번 톱10에 포함됐다.
세부 기록도 좋다. 평균 스코어 7위(70.302타), 드라이빙 거리 13위(262.81야드) 등 '신인이 써낸 성과라 믿기지 않을 정도'다.
특히 드라이브 샷을 멀리 치는 선수 중에 우승권에 있는 선수는 김세영 외에 청야니(대만), 브리타니 린시컴, 알렉시스 톰프슨(이상 미국) 정도다. 김세영은 투어에서 손꼽히는 장타자인 셈이다.
김세영은 지금 추세라면 신인왕은 무난하고 누적 상금, 세계 랭킹, CME글로브 레이스 등의 10위 이내 등재도 결코 어렵지 않다. 더불어 그가 목표로 하는 2016 리우올림픽 여자 골프 한국 대표 선발 가능성도 높다.
물론 김세영이 꾸준한 선전을 원하면 개선해야 하는 점은 분명히 있다. 공격적인 경기 운용도 좋지만 그린 플레이에 끝까지 세심히 신경쓰고 경기 부담감을 줄여야 한다는 점이다.
최근 대회에서 나온 김세영의 모습은 어딘가 아쉬웠다. 김세영은 'KPMG 위민스 PGA챔피언십'에서 3라운드까지 박인비를 2타차로 추격했고, 최종 라운드에서도 경기 중반까지 괴롭혔다. 하지만 5~8번 홀에서 4연속 버디를 기록했던 김세영은 9번 홀에서는 어이없는 더블보기를 범했고 결국 추격 동력을 잃어버렸다.
이는 올 시즌 첫 번째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에서도 비슷했다. 3라운드까지 2위와 3타차 리드로 앞서다 4라운드 14번 홀에 4퍼트의 더블보기로 공동4위로 급추락했다.
다만 김세영은 이제 신인이다. 그리고 승부욕이 강하고 낙천적이다. 김세영은 대회 후 "완성된 골프를 위해 더 많은 땀을 흘려야 할 것 같다. 3주 후의 US여자오픈 우승을 노려보겠다"라고 다음 대회의 투지를 다졌다.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하는 김세영의 발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