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을 앞두고 신흥국에서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으로 불리는 이른바 긴축발작 조짐이 뚜렷해지고 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신흥국 주식형펀드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 나가면서 빨간불이 켜진 상태다.
1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EPFR(이머징포트폴리오펀드리서치)자료를 인용해 지난 한주 간 신흥국 주식자금은 92억7000만달러가 빠져나가며 3주 만에 순유출로 전환했다고 전했다. 주간 기준으로 순유출액은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대 규모다.
문제는 글로벌 자금의 탈(脫)이머징 현상의 지속 여부인데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러한 추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가 예고된 만큼 투자 자금이 선진국으로 회귀하면서 신흥국의 금융시장 불안은 불가피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달러 강세에 취약한 통화를 보유한 남미와 중동, 아프리카 신흥국이 고위험군으로 분류되고 있다.
이와함께 정치적 잡음 등과 같은 개별적 이슈에 노출돼 있는 국가의 경우, 충격이 더 클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차기정부 구성을 두고 불확실성이 부각되고 되고 있는 터키와 신흥국의 원자재 수요 급감으로 심각한 경제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브라질 등이 긴축발작에 가장 취약한 국가 리스트에 올라 있는 상태다.
이들의 경우, 자금 이탈 압력으로 통화 절하폭이 크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통화 절하 심화는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고 다시 경기회복을 제한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 가능성이 커 긴축 발작 위험 노출도가 높은 국가들은 미리 비상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중순 이후 러시아, 터키, 남아공, 브라질 등에서 통화 절하가 크게 나타나면서 이들 국가의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지난 2013년 신흥시장에서 나타났던 트리플 약세(주가·채권·통화가치 동반 하락)의 충격 이상으로 되풀이될 가능성은 낮을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당시보다 개선된 경제 펀더멘탈과 지속된 금리 인상 이슈에 대한 학습효과에 노출됐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마리오스 마라세프티스 글로벌 거시경제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신흥국은 지난 2013년 당시보다 해외자산 규모가 늘었고 경상수지도 크게 개선됐다"며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안전판이 어느 정도 마련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김수경 기자 add171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