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원내대표 유승민 흔들기용?

비서실장 이후 관계 삐걱… ‘정치 체급’ 상승 가능성도

입력 : 2015-06-17 오후 3:54:41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개정안 통과를 주도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2일 “국정은 마비상태가 되고 정부는 무기력해질 것”이라고 개정안을 비판했지만, 그 자신이 과거 국회의원 시절 이번 개정안보다 강력한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또 개정안이 발효된다 해도 ‘시행령 모법위반 여부’에 대한 여야합의가 필요해 그 실효성에 의구심도 있다. 그래서 여의도 정치권 일각에선 이번 ‘거부권 정국’은 법안 자체의 문제보다 ‘유승민 흔들기’가 목표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두 사람의 인연은 지금으로부터 10년 전인 20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초선 비례대표였던 유 원내대표는 박근혜 한나라당(새누리당의 전신)대표 비서실장으로 발탁되며 ‘원조 친박(박근혜)’에 이름을 올렸고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도 박근혜 캠프 정책메시지 총괄단장으로 맹활약한다.
 
그러나 이후 양자의 관계는 삐걱된다. 직언을 아끼지 않는 유 원내대표의 스타일을 박 대통령이 불편해 했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애초 두 사람의 정치 방향이 다르다는 지적도 있다. ‘증세없는 복지’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양자의 상반된 입장이 대표적이다.
 
실제 박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유 원내대표의 선택지는 두 가지로 나뉜다. 하나는 대통령의 결정을 수용하고 개정안을 자동폐기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야당과의 마찰은 피할 수 없고 유 원내대표 역시 책임공세에 자유롭지 않게 된다.
 
다른 하나는 환송된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 재상정해 통과시키는 것이다. 이는 박 대통령의 뜻을 거스르는 것뿐만 아니라 ‘레임덕 현실화’를 초래할 수도 있다. 당내 친박계 의원들의 반발은 물론 통과정족수(재적의원 과반 150명 출석, 출석 의원 3분의 2 찬성)확보 역시 용이하지 않겠지만, 유 원내대표가 향후 자기정치를 하기 위해서라면 해볼만한 선택지다.
 
과거 이회창 전 대표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대립하면서 대권주자로 성장했고, 박근혜 대통령 역시 이명박 전 대통령과 각을 세우면서 대권을 획득했다. 대통령과의 대립은 정치인에게 있어 ‘정치체급’을 올릴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월 10일 오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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