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체들의 효자 역할을 톡톡히 하던 해외건설 수주가 급감하고 있다. 텃밭 중동 수주가 급감하면서 지역과 사업 방식 다각화에 대한 고민이 요구되고 있다. 국내 주택시장에서 일감을 확보하고 있지만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건설업체들의 대비가 절실한 상황이다.
17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 누적액은 지난 4일 체결된 호주 웨스트 코넥스 고속도로 프로젝트 계약 체결을 포함하면서 7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특히, 누적 수주액 가운데 절반이 넘는 3885억 달러가 해외건설 텃밭으로 불리는 중동에서 벌어들인 돈이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 올해 누적 수주액은 총 34억 달러로 이 가운데 39%가 아시아 지역 공사다. 중동의 경우 68억 달러로 전체의 22.6%에 머물렀다. 수주지역 다변화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저유가와 국제 정세불안, 실적 위주의 저가 입찰 경쟁에 따른 영향이 더욱 크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라크나 이란 등 중동 국가의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수주 불안이 이어지고 있는데 여기에 그동안 해외 다른 국가 뿐 아니라 국내 업계 간의 경쟁으로 인한 저가 수주 여파로 최근 중동 수주 급감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며 "유가 또한 낮아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중동 수주고 줄어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처럼 해외 먹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설업체들이 주택시장 활황기를 맞은 국내 시장으로 다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다.
올해 상반기 국내 10대 건설사 총 수주액을 살펴보면 연초 목표 대비 절반에도 크게 못미치는 실정이다. 10대 건설사의 올해 총 수주 목표액은 121조5400억원이었지만 실제 결과는 39% 수준인 47조4000억원을 조금 넘기는데 불과했다.
특히, 국내 공사 수주액이 전체의 65%에 이르는 30조6400억원에 달했다. 같은 기간 해외 수주액은 16조7800억원 정도로 35% 수준에 그쳤다.
이홍일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상반기 건설업체들의 핵심은 민간 주택건설 수주가 대부분이었지만 이것이 내년까지 이어지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인 만큼 새로운 대안 모색이 절실한 시점"이라며 "신흥국 등 새로운 해외시장 확보가 필요하지만 이역시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유지 보수 분야 진출을 통한 수익 안정성 확보와 체질 개선, 사업 방식 다각화, 수익성 및 장기 안전성 확보로 신규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한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실제 올해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 투르크메니스탄 등 중동 이외의 국가에서 대규모 공사를 수주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 상반기에만 해외 실적만 5조4800억원이 넘으며 1위에 올랐다.
김용현 기자 blind28@etomato.com
◇호자무하메도프(왼쪽) 투르크메니스탄 석유가스광물자원 부총리와 김위철(오른쪽 두번째)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지난 4월 가스액화 플랜트 건설사업 기본합의서에 서명 후 합의서를 교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