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사로 파고드는 일본 야동업계…"영상 5천개 복제 중단하라"

15개 업체, 웹하드 상대 가처분 신청
한국업체 1곳도 가세…'형사' 막히자 우회

입력 : 2015-06-19 오전 6:00:00
자료사진 뉴시스
 
'메이드 인 재팬(Made in Japan)' 가운데 유명한 것으로 꼽히는 일본의 성인동영상, 이에 대한 저작권을 수년전부터 주장해 온 일본 업체들이 형사 고소의 길이 막히자 민사 소송으로 활로를 뚫고 있다. 
 
성인동영상 업체 16곳은 지난 4월 서울중앙지법에 국내 대형 웹하드 업체들을 상대로 "야동 5000건의 복제 전송을 중단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은 일본 업계에서 손꼽히는 업체들로 이 가운데는 한국 업체 1곳도 포함됐다.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에 낸 가처분 신청 당시 문제 삼았던 영상 300건에 비해 16배나 많아진 것이다. '야동' 관련 가처분 신청은 서울중앙지법에 2건 더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의 주장은 대다수의 이용자들이 영상 '정품'을 구입하는 대신 웹하드에 다른 이용자가 올린 불법 야동을 내려 받으면서 저작권이 침해된다는 것이다. 업체 측 변호사는 "음란동영상이라 하더라도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베른조약'에 가입된 국가 사이에서 외국인의 저작물로서 보호돼야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다운로드 된 일본산 성인동영상이 다시 일본으로 유입되는 것에 대해서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런 움직임은 업체들이 지난 2009년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헤비 업로더'(동영상을 대량으로 올리는 이용자)를 고소한 것에 대해 검찰이 "법적으로 유포가 금지된 음란물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수사권을 발동할 수 없다"며 각하한 데 따른 것이다. 검찰은 관련자들을 정보통신망법상 음란물 유포죄로만 기소했다. 
 
음란물의 저작권 보호와 관련한 대법원 판례는 지난 1990년 '음란 사진'이 저작권 보호대상이라는 판결이나 포괄적인 '음란물'에 대한 판단만 있어, 이번 사건이 본안으로 진행되면 구체적으로 '음란 동영상'에 대한 온라인 불법유통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할 지를 판단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대법원은 저작권법상 보호 대상에 관해 "학술 또는 예술의 범위에 속하면 되고 윤리성 여하는 문제되지 않으므로 내용 중에 부도덕하거나 위법한 부분이 포함돼있어도 저작권법상 저작물로 보호된다"고 판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부는 우선 해당 동영상에 "예술성과 창작성이 있는지를 소명하라"고 업체 측에 주문했다.
 
그러나 웹하드 업체 측은 "일본 음란물 업체가 한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웹하드 측 변호사는 "복제전송 중단요청을 먼저 하는 등 절차를 지키지 않고 사법제도를 남용하고 있으며, 설령 저작권이 인정된다고 해도 법에서 유통 자체를 금지하기 때문에 법원 결정으로 얻을 이익이 없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결국 재판부가 해당 동영상이 예술의 범위에 속한다고 판단할 지 여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1964년 미국 연방대법원의 포터 스튜어트 전 대법관이 '음란물'의 정의에 대해 "보면 안다(If I see it, I know it.)"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것처럼, 음란물에 대한 판단은 주관적일 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국내 판결도 엇갈리고 있다. 현재 재판부에는 해당 동영상 CD는 제출돼있지 않고 자켓사진과 제목, 배우이름 등이 담긴 목록만 제출된 상태다.
 
조승희 기자 beyond@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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