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00억 방산 비리가 생계형 비리?

한민구 장관 발언 잇단 비판…정미경 “너무 황당하다”

입력 : 2015-06-18 오후 2:46:47
최근 잇따라 적발되고 있는 방위사업청 방산비리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생계형 비리’로 표현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국가안보와 국민생명을 담보로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는 중대범죄인 ‘국방비리’에 ‘생계형’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 자체가 부적절한 언행이라는 비판뿐만 아니라, 이번 기회에 방사청을 해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한 장관은 16일 오후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2006년 1월 방위사업청이 출범해 딱 10년이 됐는데 방산비리가 줄었다고 평가하느냐”는 질문에 “전후 자료를 별도로 갖고 있진 않지만 방사청 개청 이전엔 대형 비리가 많이 있었다면 개청 이후엔 생계형 비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고 답했다.
 
유 원내대표가 재차 “최근 비리가 생계형이냐”고 확인했지만, 한 장관은 “규모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그렇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에 같은 당 정미경 의원은 “국민들은 억장이 무너지는데 어떻게 방사청 비리를 생계형 비리라고 할 수 있는가”라며 “통영함 비리로만 1600억원이 그냥 날아갔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의원이 “어떤 것이 생계형 비리인가”라고 거듭 질타하자 한 장관은 “실무자들의 권한을 통해서 나간다는 뜻인데 (표현이)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곤혹스러워 했다.
 
이와 관련해 정 의원은 18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왜 (생계형 범죄와 같은) 그런 말이 나왔는지 너무 황당했다”며 한숨을 쉬고 “(방산비리에 대해) 장관이 책임지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방사청을 없애고 국방부 직속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방산비리로 방사청에서만 수십 명씩 구속되고 있다. 일반회사라면 부도난 것과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특히 정 의원은 “방사청 사업 가운데 규모가 큰 것들은 비행기나 배가 관련된 사업들인데 대부분이 수입업체와 외국기업들이 주체가 돼 하는 것”이라며 방사청이 구조적으로 외국 기업과 무기중개업자들의 집요한 로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국내 업체가 방산비리를 저지르면 어떻게든 책임을 물을 수 있지만 외국기업의 경우 (로비를 통해 사업을 수주 받고) 속된말로 ‘먹튀’를 해도 책임을 묻기 어렵다”며 “나중에 문제가 생겨 정부가 손해배상을 청구한다고 해서 순순히 돈을 주겠나”고 반문했다.
 
한편 지난해 11월 21일 발족해 8일로 출범 200일을 맞은 방위사업비리 정부합동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의 수사 결과 방위사업비리는 육·해·공군과 방사청 등 전방위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군 전력의 핵심인 각종 무기와 장비를 개발하고 공급을 책임지는 방사청의 경우 북한군의 총탄에 뚫리는 방탄복을 납품받고, 1600억 원이 투입된 통영함에 군용 음파탐지기 대신 어선에서 쓰이는 어군탐지기를 부착하는 등 각종 비리의 복마전으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한민구 국방장관이 16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여야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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