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고용세습 '현대판 음서제' 여전

고용부, 30대 기업 대상 단체협약 실태 조사…36.7% 일자리 세습 규정 명시

입력 : 2015-06-24 오후 3:10:46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노동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노동시장 구조개악 계획 발표 정부 규탄 민주노총 투쟁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자리를 자녀에게 물려주는 이른바 고용세습이 대기업을 중심으로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취업난이 심각한 가운데 근로자의 배우자나 자녀를 우선채용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나는 현대판 음서제 규정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2013년 말 매출액 기준 10조원 이상 대기업 30곳을 대상으로 단체협약에 규정된 조합원 가족 우선채용 등 위법사항과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동의(합의) 조항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24일 발표한 고용부의 단체협약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단체협상안에 조합원 자녀 등의 우선채용 규정이 있는 대기업은 모두 11곳으로 나타났다.
 
우선·특별채용 규정은 고용정책기본법의 고용상 균등처우 위반이며, 민법 제103조의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에도 적용된다. 다만 업무상 재해로 인한 장애나 사망 시에는 우선·특별 채용은 예외 적용된다.
 
고용세습 뿐만 아니라 복수노조가 보장돼 있지만 유일교섭단체 규정을 둔 사업장도 30대 기업 가운데 10곳으로 드러났다. 유일교섭단체 규정은 특정노조만을 교섭주체로 인정한다는 것으로 다른 노조의 교섭권을 침해할 수 있어 위법 행위로 간주된다.
 
한편 위법사항은 아니지만 인사·경영권에 대한 노조동의(합의) 규정이 있는 사업장은 14곳으로 조사됐다.
 
고용부는 법에 위배되거나 과도하게 인사·경영권을 제한하는 단체협약에 대해 8월까지 노사가 자율적으로 개선하도록 하고 위반 조항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 등의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임무송 고용노동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소위 '고용세습' 조항과 같이 공정한 경쟁을 저해하는 위법한 사항에 대해서는 노사가 사회적 책임을 갖고 반드시 개선하도록 하겠다"며 "기업의 인사?경영권을 침해하는 사항도 노사 모두에게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노사간 협의를 통해 개선할 수 있도록 지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용부의 조사결과에 대한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다. 민주노총은 반박 성명을 발표하고 "민주노총 사업장 단체협약 가운데 조합원 자녀가 특별 채용된 사례는 없다"며 "복수노조를 통해 노조활동을 제한하고 인사·경영권 관리에 노조가 개입하지 못하는 것은 결국 해고 를 쉽게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해곤 기자 pinvol197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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