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SK C&C 합병…자산 13조 통합법인 8월 출범

조대식 "국민연금 반대, 더 좋은 회사 만들라는 뜻"

입력 : 2015-06-26 오전 11:49:13
"국민연금의 반대 의사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더 좋은 회사로 만들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조대식 SK사장이 26일 SK C&C와 합병안을 승인하는 임시주주총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이 같이 말했다. 앞서 주총 개최 이틀 전 국민연금이 합병비율과 자사주 소각 시점 등이 SK의 주주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반대 의결권을 행사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예기치 못한 제동에도 불구하고 양사의 합병은 원안대로 통과했다. 이날 SK의 임시주총은 부의안건이 합병계약 승인 한 건만 상정된 탓에 오전 10시에 시작해 13분 만에 속전속결로 마무리됐다. 주총에는 81.5%의 주주가 출석했으며, 합병안은 87% 찬성률로 통과됐다.
 
사전 반대의사를 표시한 국민연금(7.19%)와 일부 주주 등 13%를 제외하고는 출석주주 대부분이 찬성했다. 국민연금의 반대 의결권 행사 결정 이후 다른 주주들의 동참 여부가 관심을 모았지만, 주총은 별다른 이견 없이 차분하게 끝났다. 같은 시간 경기도 성남 SK C&C 사옥에서 열린 임시주총에서도 참석 주주 90.8%가 찬성하며 합병 안건이 통과됐다.
 
SK 서린 사옥. 사진/뉴시스
 
◇통합 SK, 8월1일 출범..총자산 규모 13조2000억원
 
SK C&C와 SK는 각각 약 1대 0.74 비율로 합병하며, SK C&C가 신주를 발행하고 SK의 주식과 교환하는 방식으로 흡수합병한다. 다만 SK 브랜드의 상징성과 그룹 정체성 유지 차원에서 합병회사의 사명은 SK주식회사로 정했으며, 오는 8월1일 정식 출범한다. 총자산은 13조 2000억 규모다.
 
조 SK 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통합지주회사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 세전이익 10조원을 달성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IT 서비스, 정보통신기술(ICT) 융합, LNG 수직계열화, 바이오·제약, 반도체 소재·모듈 등 5대 성장분야를 중점 육성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박정호 SK C&C 사장도 이날 "ICT 기반사업과 SK의 풍부한 재원을 통해 글로벌 사업형 지주회사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사 주주들은 이날부터 다음달 16일까지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SK와 SK C&C의 합병에 따른 주식매수청구가격은 각각 17만1853원, 23만940원인데 반해 현재 양사 주가는 이보다 높기 때문에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양사는 합병 후에도 1사 2체제 운영될 예정이다. 현재 새로운 2개 체제명이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대식 SK㈜ 사장과 박정호 SK C&C 사장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사옥 역시 기존대로 SK는 SK 종로구 서린빌딩을, SK C&C는 경기도 분당 빌딩을 사용한다.
 
◇최태원 회장 일가, SK그룹 지배구조 안정화
 
이번 합병의 최대 수혜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다. 최 회장과 SK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SK C&C가 지주회사 SK㈜를 지배하는 '옥상옥'의 불완전한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양사간 합병으로 SK그룹의 지배구조는 '최태원 회장→SK C&C→SK→사업자회사'에서 '최 회장→통합SK→사업자회사'로 바뀌며 완벽한 지주회사 체계를 갖추게 됐다. 뿐만 아니다. 최 회장은 지분율 하락을 최소화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게 됐다. 최 회장은 그간 최대주주로 이름을 올린 SK C&C를 통해 그룹 경영을 총괄했다. 합병 이전 SK C&C의 지분율이 32.9%인 반면, SK 지분은 0.02%를 보유하는 데 그친 탓이다. 하지만 합병 이후 최 회장과 그의 여동생인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 등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30.88%을 기록하며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길을 마련했다.
 
양지윤 기자 galile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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