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로스쿨과 사법시험, 병행해야 한다.

입력 : 2015-07-01 오전 6:00:00
최진녕 변호사
법무부로부터 사형 선고받은 사법시험에 대한 구명(救命)의 목소리가 드높다. 사형집행 예정 시기는 다가오는 2017년 12월 31일. 법무부는 2012년 10월 사법시험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2014년부터 2017년까지 사법시험을 통해 총 500명의 법조인을 선발하고, 2018년부터는 이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는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사람만이 변호사시험을 통하여 법조인이 될 수 있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된 지 벌써 6년째다. 문제는 그간 로스쿨이 이른바 ‘돈 스쿨’ 내지 ‘현대판 음서제도’로 불리면서 사회·경제적 소외 계층의 법조계 진출을 가로막는 만리장성이 될 수 있다는 비판을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학비는 인상되었고, 최근 일부 로스쿨이 장학금을 절반가량 줄이면서 신입생이 등록을 거부해 학내 갈등까지 발생하는 등 법조계의 우려가 더욱 더 현실화 되는 상황이다. 장학금이 넉넉해서 오히려 로스쿨이 경제적 약자에게 유리하다는 로스쿨 측의 주장도 무색해 졌다. 로스쿨은 연 2000만원이 넘는 고비용의 등록금에도 불구하고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재정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게다가 로스쿨 도입 이후 이론 법학이 고사(枯死)될 위기에 처해있다는 진단도 뼈아픈 대목이다.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는 방안으로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을 병행하자는 여론이 힘을 얻고 있다. 로스쿨 제도에 대한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법조계 내부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제기되고 있다. 대한변협은 2013년 11월 8일 이우현 의원을 통해 ‘사법시험 존치를 위한 변호사시험법 개정 입법 청원서’를 국회에 제출했고, 함진규 의원 등 국회의원 10명은 2014년 3월7일 로스쿨과 사법시험을 병행하되 로스쿨 재학생·휴학생·졸업생도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의 입법발의까지 했다. 최근 김용남 의원, 김학용 의원, 오신환 의원 등이 제안한 것을 포함해서 국회에 계류 중인 사법시험 존치법안만 5개에 달한다.
 
지난 18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사시존치 국회 대토론회에 참석한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는 사법시험 제도가 ‘희망 사다리의 대명사’ 역할을 수행해 왔다”면서 “국회가 로스쿨 제도(관련 법안)를 통과시켰을 때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지만 국민의 75%가 현행 사법시험 제도 존치를 희망하고 있으므로, (두 제도를) 절충해 양쪽 다 만족시킬 수 있는 좋은 길이 열려야 한다”며 사시존치의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한때 일본처럼 변호사 예비시험 제도, 즉 로스쿨을 거치지 않더라도 검정고시격인 변호사 예비시험에 합격하면 변호사 시험에 응시할 수 있도록 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로스쿨 제도를 전제로 예비시험을 통한 우회적 통로를 가미하자는 것인데, 로스쿨도 살리고 법조인 양성 통로를 변호사시험으로 일원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박영선 전 법제사법위원장이 발의했던 예비시험법안은 로스쿨을 졸업하지 않은 사람의 경우 소정의 예비시험에 합격한 뒤 교육부장관이 지정하는 대체법학교육기관에서 3년간 교육을 받아야 변호사시험 응시자격을 주자는 것이어서 현실성이 지나치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 결과 사법시험 존치가 현실적 대안으로 상당한 지지받고 있는 상황이다.
 
사실 로스쿨 제도가 도입되면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법조인 계층의 고착화다. 사시합격이 사회적 성공을 보장하는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그러다 보니 대학졸업 후 로스쿨 까지 최소 7-8년 이상 걸려 힘겹게 얻는 변호사 자격증도 빛바랜 훈장 신세다. 이런 상황에서 사회적 소외 계층들이 법조인이 되어야 할 인센티브가 적고, 긴 시간과 고액이 투입되는 로스쿨 문을 두드릴 이유가 없어진다. 그렇다고 우리사회에서 법조인의 지위가 아주 낮은 것은 아니다. 사회 경제적 부유층은 비록 예전 같지는 못하더라도 법조계에 진입만 하면 가족 등의 사회 경제적 배경을 통해 전문직으로서의 이익을 향유할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법조계의 진입을 시도하게 된다. 그 결과는 법조인 계층의 고착화이자 중세와 같은 법복 귀족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 사법시험은 법조인 양성제도를 넘어 경제력에 상관없이 역량 있는 젊은이들이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로 진출하는 사다리 역할을 해 왔다. 신규법조인 양성제도가 기회균등과 사회적 통합기능,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의 측면까지 배려해야하는 이유다. 그런 점에서 로스쿨 제도와 사법시험의 병행은 우리 사회를 보다 건강하게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가는 데도 도움이 된다. 시간이 많지 않다. 국회의 지혜로운 선택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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