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가 2주 동안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가 화려한 황소 시장의 마침표를 찍고 약세장(베어마켓)으로 들어가는 초입 구간이라는 평가다. 그리스 디폴트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 증시 자체의 변동성이 극도로 확대된 구간이 지속되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다방면에서 중국 정부의 정책이 발표되고 있어 정부의 시장 방어 의지가 지수의 추가적인 급락을 가져오진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하이지수, 보름 동안 40% 가까이 조정
한 달 전 이맘때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4500선을 돌파해 랠리를 이어갔다. 일각에서는 거품론이 거론되기도 했으나 5500~6000포인트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 역시 제기되면서 지수의 랠리는 그칠 줄 몰랐다.
그러나 상황은 순식간에 역변했다. 5100포인트를 돌파하며 급등했던 상하이종합지수는 이후 2주 동안 급격한 조정을 받으며 12일 기록한 5178포인트는 6년래 고점으로 남게 됐다. 하루 아침에 투자자들의 환호성은 곡소리로 바뀌었다.
투자심리가 급격하게 위축되며 상하이지수는 현재까지 고점 대비 약 38% 가까이 하락했다. 지난달 30일에는 장 초반 3800포인트까지 밀려났으나 오후장 상승폭을 키우면서 5% 급등으로 마감됐으며 지난 1일에는 5% 이상 내리며 상승폭을 모두 반납하기도 했다. 급격한 조정으로 증시의 장중 변동폭 역시 확대되면서 불안한 투자심리가 고스란히 지수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중국 증시 베어마켓 초입인가
증시의 조정에 대해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가 베어마켓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즉 그동안 랠리를 이어가던 황소장과 달리 거래가 부진한 약세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포브스는 사실상 중국 증시는 베어마켓 초입에 진입했다며 장중 변동폭이 확대되고 있으며 중국 정부의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이전만큼의 효과가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27일 중국 인민은행이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하는 등 지수 급락의 진화에 나섰지만 지수는 반등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증시 밸류에이션이 역사적으로 높은 데다가 중국 시장에 신용거래로 인한 물량이 많아 하락 압력이 크다고 설명했다.
블랙록 자산운용은 “본격적인 베어마켓 진입을 앞두고 있어 공격적인 매수는 피해야 한다”면서 “주식담보대출이 사상 최고 수준에 이르면서 투기적인 성향이 지배적이라 반등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현재 시장이 회복 국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주식담보대출이 줄어들고 있지 않아 앞으로 몇 주간 변동성이 큰 장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방어 의지로 하방경직성 유지될 듯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중국 증시 흐름이 베어마켓으로 전환되는 시점이 아니라는 의견도 팽배하다. 중국의 경우 정부 의지가 반영된 상승과 하락이 나타날 수 있어 이번 하락 역시 정부가 증시를 진정시키기 위한 의도가 일정 부분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증감회는 “현재는 단기 과열에 따른 조정을 겪고 있는 구간으로 급등만큼이나 증시의 지나친 하락은 건강한 발전에 불리하다”며 “적당한 시기에 정책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민은행 관계자는 “신용 거래 이자율을 조정하고 다른 이자율(예를 들면 기준금리, 지준율)은 낮추면서 시중에 유동성을 투기 목적에서 실물 경제로 이전하기 위해 정책을 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정부의 시장 살리기 정책은 지속되고 있다. 부양책 발표에도 시장이 반등하지 못하자 인민은행은 신용규제를 풀고 증권거래 수수료를 인하하기로 했다.
2일 증감회는 증권사들이 신용거래 규모를 순자본의 4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현재 수준을 유지할 수 있도록 규정을 완화했다.
그 동안 신용거래를 증시 과열 원인으로 보고 규제했지만 투자심리가 위축되자 재차 완화쪽으로 방향을 틀어 규제를 줄이기로 한 것.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가 ‘정책시’라는 차별적인 특징이 있어 정부의 부양 의지가 있는 한 정책 효과 약발이 둔화될 수는 있지만 추가 급락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로이터는 중국 증시가 정책에 의존하는 경향이 여전히 크다며 일본 아베 정권과 마찬가지로 적극적인 정부 정책은 지수의 하단을 지지해줄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 하이난 지방의 증권사에서 투자자가 시세 전광판을 보고 있다. (사진=뉴시스·신화)
어희재 기자 eyes41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