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세탁기 파손 혐의를 받고 있는 조성진 LG전자 사장이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 뉴시스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결국 조성진 사장이 법정에 섰다.
조성진 LG전자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사장)은 3일 오전 9시55분 서울중앙지법에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했다. 지난해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유럽 최대 가전박람회 IFA 2014 기간 중 삼성전자의 크리스털 블루도어 세탁기를 손괴하고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다섯 차례의 공판준비기일을 거쳐 이날 오전 10시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재판장 윤승은)의 심리로 첫 공판기일이 진행됐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 출석의무가 없기 때문에 이날 조 사장은 법정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날 법정에서는 조 사장이 전시장과 매장을 둘러보는 모습과 삼성 세탁기를 양손으로 누르는 모습이 담긴 CCTV가 증거로 제시됐다. 동시간대 두 대의 CCTV를 재생해 동선을 파악하고, 작게 잡힌 영상은 확대해서 재검증하기도 했다.
약 1시간35분 동안 진행된 공판 내내 조 사장은 담담한 표정으로 검사측과 변호인측의 진술을 경청했다.
조성진 사장의 변호인측은 "한 회사의 사장이 전시장에 CCTV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LG전자 로고가 박힌 배지와 가방을 들고 경쟁사 전시장에 가서 제품을 파손하는 게 말이 되냐"며 "조 사장은 삼성 제품뿐 아니라 밀레 등 다른 매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테스트해봤다"고 주장했다.
앞서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는 모든 법적 분쟁을 중단하기로 합의하고 화해했다. 이후 삼성전자는 재판부에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견서를 전달했다. 민사재판은 양자간 합의가 이뤄지면 사건이 종결되지만, 형사재판의 경우 삼성전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기소와 재판이 이뤄진다.
양사가 화해한 것에 대해 검찰 측은 "검사로서 당황하고 난처하다"면서도 "기소가 된 이상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잡아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상식적으로 (파손된 삼성전자의 세탁기를)소비자가 '못사겠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인지를 볼 것"이라며 "이는 입증 가능한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조 사장이 삼성전자 세탁기 도어를 힘줘 눌러 본)1층 매장이 여러 사람들에게 시제품을 보여주기 위한 목적으로 전시했다면 테스트해볼 수 있는 것 아니냐"며 "삼성만 시제품이고 다른 브랜드 제품들은 판매용인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공판이 끝난 후 법정에 처음 선 심정을 묻자 조 사장은 "(앞으로도)재판에 충실하게 임하겠다"고 말했다. 고의로 삼성전자 세탁기를 파손했다는 혐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도 같은 답을 하며 말을 아꼈다.
다음 공판은 오는 21일 비공개로 진행된다. 문제의 세탁기가 보관된 서울중앙지검에서 파손된 세탁기 3대와 정상 세탁기를 비교해볼 예정이다.
임애신 기자 vamo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