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부채 1100조원 시대가 열렸습니다. 특히 주택매매거래시장이 살아나며 주택담보대출이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눈더미처럼 늘어나자 수도권 총부채상환비율(DTI)를 다시 강화하거나, 지방에도 DTI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 금융당국은 부채 증가 속도를 늦추기 위해 이달 중 가계대출 관리 강화 방안을 발표할 계획인데요. DTI를 산정할 때 소득 심사를 강화한다는 얘기도 있고, 원리금균등상환대출자에 인센티브를 줘 일시상환을 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방안도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지방에 DTI를 확대한다는 말도 나온 것 같고, 수도권 DTI 상향조정도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면서 부동산 관계자들의 신경이 곤두섰는데요. 부동산시장에 DTI가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긴장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입니다.
그런데 DTI 지방 확대나 수도권 강화는 그리 크게 염려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왜 그럴까요? 힘겹게 살린 주택시장을 다시 죽이지는 못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아니어도 내년 4월 총선이 예정돼 있기 때문입니다. 선거와 부동산. 어떤 역학관계를 맺고 있는지 아실 겁니다.
지방 부동산은 2010년경부터 급등세를 보여왔습니다. 부산에서 시작한 상승세는 각 지방 도시를 돌아 종착지인 대구에 도달해 있습니다. 특히 대구의 경우 벌써 3년째 아파트값 전국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죠. 대구가 어떤 곳이냐? 현 대통령의 기반이기도 하죠. 그런데 지방은 오랫동안 상승이 누적돼 왔기 때문에 내리막을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점차 늘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 지방에 DTI 폭탄을 떨어트린다면? 지금껏 경험해보지 못했던 최악의 부동산규제가 될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대부분의 재산을 집으로 가지고 있죠. 그런 집값이 정부의 DTI 정책으로 추풍낙엽처럼 떨어진다면? 그래도 표심이 온전할까.
수도권 DTI비율을 강화하는 것도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수도권 DTI비율이 완화된 것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직후였죠. 당시 새누리당은 서울 25개 지자체 중 21곳을, 경기 31개 지자체 중 16곳을 새정치민주연합에 내줬죠. 그리고 7.30재보선 선거가 있기 전 금융당국은 서울 50%, 경기·인천 60%였던 비율이 수도권 전체 60%로 완화했습니다.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곡소리를 내면서 DTI규제를 완화해 줄 것을 원했지만 가계부채 증가 위험을 이유로 요지부동했던 정부입니다. 그러나 선거 패배 직후 수도권 DTI를 완화했습니다. 그런 정부가 DTI를 다시 강화할 수 있을까요?
이상 가능성에 대한 얘기였습니다. 정말 심각한 수준이면 제재가 들어갈 수 밖에 없겠죠. 아! 그런데 말입니다. 가계부채가 심각해 DTI 강화 문제를 거론하면서 아무도 분양 집단대출을 규제해야 한다고 외치는 정치인이나 관료는 없습니다. 왜 그럴까요? 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으로 쓰이는 집단대출은 DTI 규제를 받지 않고 있습니다. 분양시장을 초호황을 보이면서 대출이 급증하고 있는데…설마 건설사 장사에 해를 줄까봐 못하는건 아니겠죠?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