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동물학대, 범죄라는 사회적 인식 정착해야

전채은 동물단체 케어 공동대표

입력 : 2015-07-20 오전 6:00:00
지난 2월 광주에서 어느 개가 술을 먹고 지나가던 남성에 의해 끔찍하게 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주인은 얼굴에 피가 범벅이 된 채 쓰러진 개 옆에 몽둥이가 있었고, 주변에 떨어진 혈흔을 따라가 보니 어떤 남자의 집 앞에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증언했다. 범인이었다.
 
주인의 증언에 따르면 범인은 평상시에도 그 개(해탈이)를 괴롭혀왔고, 이를 저지하면 '개는 이렇게 다뤄야 한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 남자는 순순히 자신의 범죄행위를 인정했지만, 문제는 그 다음부터였다.
 
자신의 범행을 인정했던 가해자는 담당형사 앞에서 갑자기 말을 바꿨다.
 
자신은 가만 있었는데 해탈이가 자신을 물었고 화가 나서 때렸다는 것이다. 해탈이의 주인은 진술 기회조차 없었다. 이처럼 경찰수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는 과거에도 많았다. 다른 사건에 비해 동물학대 사건은 경미하다고 판단, 제대로 된 수사는 하지 않고 피의자의 진술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동물학대 사건은 기소되더라도 검찰에서 재수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다. 경찰수사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왜 피의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수사하는 것일까. 개 한 마리 때려 죽인 것으로 그 사람을 범법자로 만들 수 없지 않느냐는 생각이 법 집행기관 실무자들의 심리에 깔려있는 것은 아닐까.
 
이런 문제점은 남양주 백구사건에서도 드러났다. 지난 2월 온라인을 뜨겁게 달군 사진 한 장이 있었다. 남양주시의 거리에 세워져 있는 트럭 위에 온 몸이 피투성이가 된 백구가 목에 밧줄이 묶인 채 위태롭게 놓여 있었다.
 
백구의 상황을 보고 누군가 신고는 했지만, 출동한 경찰이 트럭 주인의 말만 믿고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고 돌려보냈다. 수소문 끝에 백구를 찾았으나 이미 너무 많은 피를 흘린 후였다. 다급히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백구는 사망했다.
 
이런 경찰의 태도는 경주 꽃마차 학대사건과 대조된다. 경주 천마총 공원에서 마차를 끌고 오던 말을 마주로 보이는 사람이 채찍으로 때렸고, 말이 쓰러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온라인에 공개됐다. 경찰은 이를 인지 수사했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이 사건의 경우 학대여부 증명이 어려웠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가 없이 상해를 입히는 행위'로 동물학대가 한정돼 있어 상해가 남지 않은 경우 학대로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이 벌어진 후 3개월 가량이 지났고 상처는 이미 아문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 10분 이상 발로 차고 채찍으로 때리는 것은 동물의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상처를 줄 수 있고, 말의 피부 특성상 시간이 오래 지나면 아물어 상해의 흔적이 남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동물단체 케어는 지난해 총 3466건의 사건제보를 받았다. 이 중 총 148 마리의 동물을 구조했다. 한 시민단체의 희생적 활동으로는 근본적으로 학대를 막을 수 없다. 법적 제도적 장치 마련이 수반돼야 한다. 끔찍한 상해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해도 수의학적 소견, 기타 여러 증거들을 통해 수사할 수 있어야 하고, 이것으로도 기소가 가능하도록 법이 정비돼야 한다.
 
동물학대를 엄중하게 수사하고 처벌하자는 게 인간보다 동물을 우선시하자는 것은 아니다. 동물학대가 인간에 대한 학대와 연관된다는 해외 연구 사례들은 많다. 동물학대는 범죄이고 이는 처벌의 대상이 된다는 판례가 생겨야 시민사회에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의식이 뿌리를 내린다. 결국 우리 사회 윤리성의 문제다.
  
전채은 동물단체 케어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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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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