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약관 설명이 되지 않길…'
일본 산업혁명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강제징용 인정’ 명시와 관련한 아쉬움을 표현한 한 네티즌의 기사 밑 댓글이다. 저들의 말 바꾸기를 경계해야 한다는 의미와 함께 모호한 문구 한 줄에 호들갑을 떠는 정부에 대한 실망감이 녹아 있다.
지금도 비슷하지만 한때 광고계 허위·과장 논란의 중심 이었던 TV 보험광고의 고약함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이든 보장해 줄 것처럼 이야기 하면서 정작 그 상품에서 유의해야 할 핵심 약관 설명은 터무니없이 불충분한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읽어내려도 단시간 내 읽지 못할 분량의 글을 1~2초만 노출 시킨다거나, 알아들을 수 없게 속사포로 전달한 뒤 마무리 한다. 이런 광고를 보고 덜컥 계약을 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지금 이순간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만든 자와 받아들이는 자의 해석이 항상 엇갈리는, 그야말로 '동상이몽'의 전형이다.
지난 5일 '메이지 일본 산업혁명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우리와 일본의 ‘동상이몽’도 다시 시작됐다.
정부는 회의가 열린 독일 빈에서 수만의 한국인이 강제징용 됐다는 사실을 등재 기록에 명기하라는 요구를 하며 일본을 압박했지만 결국 만장일치로 등재가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유네스코는 "일부 시설에서 많은 한국인과 외국인이 끌려와 강제노동을 했다"는 일본의 발표문을 주석 형식으로 결정문에 명시했다.
외교부는 즉각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처음으로 조선인 강제노역을 인정했다”고 발표했다. 의미 있은 성과였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을 통해 대대적으로 보도됐지만 각계의 비판과 우려는 끊이지 않았고, 우려는 곳 현실이 된다.
등재 결정 이틀 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은 "강제노동을 인정하지 않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10일 아베 신조 총리는 중의원 안보법제특별위원회에 나와 "사실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라며 여론전에 불을 붙였다. 정부가 외교의 성과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 한 ‘문구’가 대한민국을 우롱하는 모호한 '보험약관'이 된 것이다.
이를 두고 굴욕의 외교 결과라는 비난 여론이 쏟아지고 있다. 성급한 자화자찬과 성과를 과대 포장 한 것, 빤한 일본의 술책에 넘어가 협상의 여지를 준것에 대한 책임을 묻고 있다. 분명 책임이 있고, 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굴욕은 잠시 참아두겠다. 먼저 일본의 역사 뒤집기를 저지할 해법을 고민하자. 모호한 말장난으로 세계를 우롱하고 있는 일본의 얄팍한 '보험약관' 먼저 바로 잡고 이야기 하자.
박관종 건설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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