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초 원료의약품(API) 전문 제약사인 경보제약이 국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경보제약은 지난 1987년 3월 경보화학이란 이름으로 충남 아산시에 설립됐다. 현재 본사와 공장은 충남 아산시에 있으며,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종근당 사옥에 서울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 1996년 2월 종근당홀딩스의 계열사로 편입된 후 2007년 8월에 경보제약으로 상호를 변경했다. 경보제약은 전문의약품(ETC)이나 일반의약품(OTC) 등 완제의약품을 만들기 바로 전 단계의 원료의약품을 전문으로 개발·생산하는 기업으로, 국내시장에서 우수한 품질과 신뢰성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으로 탄탄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주력 제품으로는 항생제·흡입마취액, 소화기관용제, 심혈관용제 등 50여종이 있다. 지난 6월 29일에는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글로벌 기업으로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강태원 경보제약 대표. 사진/경보제약
“대학교 2학년 때 유기화학을 공부하는데 흥미로웠어요. 공부를 더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을 하고 영국 옥스퍼드로 유학도 가게 됐습니다. 이후 유기화학 전공을 살려 제약업체로 오게 됐고, 오랫동안 일하게 됐죠”
뉴스토마토가 지난 6일 서울 충정로에 위치한 종근당 사옥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을 통해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는 종근당홀딩스의 계열사 경보제약의 강태원(62·사진) 대표이사를 만났다. 강 대표는 대학시절부터 유기화학에 흥미를 느껴 박사학위까지 취득한 이 부문 전문가다.
강태원 대표는 지난 1978년 고려대학교 이과대학 화학과를 졸업한 뒤 1982년 동대학원에서 유기·생화학을 전공하며 이학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지난 1988년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에서 유기화학 박사를 취득하고, 이듬해 연구원으로도 활동했다. 이어 1990년에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이후 국내로 돌아온 그는 1997년 종근당에 입사해 5년간 종합연구소 이사로 재직했다. 2001년부터 약 11년간 종근당 바이오 부사장을 역임했고, 2012년부터 종근당 계열사인 경보제약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강 대표는 제약산업분야에서 원료의약품의 중요성에 주목하고 있다. “원료의약품은 제약산업에서 중요한 부분인데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원료의약품은 우리가 사용하는 약에서 약효를 나타내는 핵심성분입니다. 이 부분이 빠지면 약효가 없죠. 예를 들어 진통제를 먹으면 통증이 없어야 하는데, 여기서 원료의약품을 빼면 아무리 먹어도 소용이 없습니다” 원료의약품은 단순한 원료가 아닌 완제의약품 바로 전 단계의 약효를 나타내는 핵심성분인 만큼, 제약산업에 있어서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영역이란 판단이다.
그의 이런 사업 마인드는 품질과 고객서비스에 중점을 둔 회사 경영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품질과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원료의약품은 사람에게 투여가 용이하게 제제를 생산하기 바로 전단계의 의약품으로, 반제품의 특성을 가지고 있기에 완제의약품에 준하는 해당 국가의 식약청의 등록과 허가 절차가 필요합니다. 요건을 충족하는 게 그만큼 까다롭지만,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만큼 품질과 안정성이 중요하죠”
그는 단순하게 제품을 시장에 내놓고 끝나는 게 아니라 제품에 대한 고객들의 목소리를 끊임없이 들으면서 문제점을 파악해 품질향상을 이끌고, 고객들의 불만을 해소시켜나가는 것에도 집중하고 있다. “경보제약의 가장 큰 강점은 품질과 더불어 시장신뢰성입니다. 회사 총 직원 360여명 중 연구소에 53명, 서비스·품질 담당에 48명이 배치돼 있습니다.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는 만큼 연구개발에 있어 보다 더 깊게 신경 쓰고 있습니다” 실제로 경보제약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연구조직을 갖추고 있다. 전체 연구조직의 77%를 석·박사로 구성하는 가하면, 자체연구팀과 글로벌 제약사와 연계된 연구·개발(R&D) 인프라를 구축했다.
연구·개발에 대한 그의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강 대표는 “매출의 약 4%를 기술개발비로 쓰고 있고, 향후 6%로 그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며 “기술개발에 대한 비중이 다소 낮다는 이미지를 줄 수 있지만, 경보제약은 대규모 임상이 필요 없어서 그 비용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기술개발비를 매출의 4%로 유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강태원 경보제약 대표와 직원들이 회의하는 모습. 사진/경보제약
강 대표의 시선은 점차 국내를 넘어 국외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원료의약품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와 높은 잠재력에 바탕을 둔 판단이다. 실제로 신약개발연구조합 등에 따르면 세계 원료의약품 시장 규모는 오는 2017년 1670억달러에 이어 2020년까지 연평균 6.9%의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외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한 강 대표의 노력은 경보제약의 매출 비중에서 확인할 수 있다. 국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액의 46%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주요 선진국에 원료의약품 신고제도(DMF) 등록을 완료하고 36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올해 6~7개 신제품의 해외 등록도 마쳤다. “외국시장에서 인정받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품질과 고객 서비스를 만족시키는 것은 단기간에 이룰 수 없는 것이죠. 경보제약은 장기간에 걸쳐 품질과 고객 서비스 분야에 대한 연구를 지속해왔고, 고객 만족을 위해 끊임없이 피드백을 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성과를 이룰 수 있었다고 봅니다. 이러한 점들이 외국의 까다로운 규제에도 불구하고 시장 공략에 성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생각합니다”
강 대표는 지난 6월 29일 유가증권시장 상장이 경보제약의 본격적인 성장에 커다란 발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번 상장을 통해 온양신공장 증설을 위한 자금을 마련한 가운데, 수익성과 안정성을 확보하고 지속성장의 기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강 대표는 “온양신공장은 오는 8월말에서 9월초에 완공되는데, 연말에 기대할 만한 수준의 첫 매출이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고령화 사회에 대비해 심혈관, 항암, 항정신병, 항생·항바이러스 등 치료영역별 파이프라인을 구축해 시장선점 효과를 극대활 할 것”이라며 “또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국제 다국적사와의 생산대행(CMO) 사업을 추진해 생산력 향상은 물론 품질향상도 이끌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 대표의 궁극적인 계획은 종합화학회사를 지향하며 경보제약이 100년 기업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현재에 머물지 않고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신시장 개척을 통해 기술력과 브랜드 파워를 갖춰서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진정한 글로벌 선도 기업으로 도약할 것입니다. 또 장기적으로 종합화학회사를 지향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상에는 화학이 아닌 것이 없습니다. 화학물질산업에 진출해 보다 넓은 (국외)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100년 기업이 되지 않을까요”
권준상 기자 kwanjju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