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입' 시인…'북한 위협 대비' 주장

파문 연일 확산…야당,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 대응 촉구

입력 : 2015-07-14 오후 8:17:08
국정원은 14일 이탈리아 ‘해킹팀’으로부터 총 20명분의 RCS 소프트웨어를 구입한 사실을 시인하면서도 민간사찰용이나 대선용 해킹 장비라는 의혹은 전면 부인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이날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설명했다고 정보위 여야 간사인 새누리당 이철우·새정치민주연합 신경민 의원이 전했다.
 
국정원은 정보위에서 “2012년 1월과 7월 이탈리아 소프트웨어 업체 ‘해킹팀’으로부터 약 20명분의 ‘RCS’를 구입했지만 대북·해외 정보 수집, 기술 분석, 해외 전략 수립 및 연구 목적으로만 썼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정원은 “북한이 최근 2만5000대의 우리 국민 휴대전화를 해킹해 금융 정보를 빼갔다"며 "국정원은 이러한 사이버 위협에 대응하고자 국제사회에 통용되는 최신 기술을 연구해야 했다. 이를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고 해킹팀 본사와 이메일을 주고받았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육군 5163부대’가 해킹팀에 카카오톡 해킹 기술을 문의했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해킹팀 내부 자료가 지난 6일 인터넷에 대량 유출된 후, 5163부대가 국정원의 위장 명칭이라는 점에서 민간인 사찰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또 국정원이 삼성 ‘갤럭시 S3’부터 최근 출시한 ‘갤럭시 S6’까지 스마트폰 단말기를 해킹팀에 보내 분석을 의뢰한 것으로도 드러나기도 했다.
 
국정원은 해킹 프로그램 구매 과정에 ‘나나테크’라는 구매 대행사를 통해 해킹팀에 각종 문의 사항을 보낸 후 답을 얻었다. 양측이 2013년 2월 주고받은 이메일에는 “‘갤럭시 S3’를 보낼 테니 음성녹음 기능이 가능한지 확인해달라”는 국정원 측의 요청과 “보내준 ‘갤럭시 S3’를 잘 받았다. 곧바로 테스트하겠다”는 해킹팀의 답변이 포함돼 있다.
 
이병호 국정원장은 카카오톡과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 등 민간 불법사찰 의혹과 관련해 “국정원 법을 철저히 준수하고 있고 우리 국민들을 대상으로 활용한 바가 없으며 활용할 이유도 없다”고 강력 부인했다.
 
여야는 국정원의 해명을 확인하기 위해 조만간 국정원 방문조사를 벌이기로 했다.
 
신경민 의원은 “제기된 문제점과 관련해 국정원의 보고만으로는 확정지을 수 없어 현장에 가서 확인하는 절차를 밟기로 했다"며 “가능한 이른 시일 내에 현장을 방문할 것이다. 이번 주 안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신 의원은 이어 “해킹팀의 이탈리아 본사에서는 로그인 기록이 3개월 정도 밖에 기록되지 않는다고 한다”며 “이것이 설치가 된지는 3년 반이 지났기 때문에 3개월 이전 기록을 확인할 방법은 국정원을 방문하는 것 뿐”이라고 부연했다.
 
새정치연합은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며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이언주 원내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국정원이 휴대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 해킹을 위해 관련 프로그램을 구입했다면 사실상 전국민을 도청 대상을 삼았다는 것"이라며 "실제로 누구를 대상으로 얼마나 도청을 했는지 의혹이 매우 엄중한 사안인 만큼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국민 앞에 낱낱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대변인은 “새누리당은 국정원 해킹 프로그램 구매 의혹과 관련해 침묵하고 있다. 집권 여당으로서 책임 있는 모습이 아니다. 전 국민이 도청 당했을 수도 있는 어마어마한 일”이라며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 것이 아니라 국정조사 등 국회 차원의 대응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탈리아 ‘해킹팀’의 해킹 프로그램 ‘갈릴레오’ 소개 영상. 사진/영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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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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