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경차 다음엔 경견?

입력 : 2015-07-17 오전 6:00:00
장달영 변호사
스포츠는 도박과 잘 어울린다. 스포츠가 경기 결과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승패의 우연성이 요건인 도박과 본질이 같다고 할 수 있다. 그러한 본질과 기금 마련 또는 사업화 등의 정책적 필요에 의해 각국 정부가 스포츠와 도박을 매칭하려고 투표권 방식의 ‘스포츠도박’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정부에 의해 운영되는 스포츠도박이 화투, 포카 등의 도박과 다른 점은 베팅하는 자와 승부를 다투는 자가 다르다는 것이다.
 
아무튼 인간의 본성인 사행성을 이용하는 사업인지라 스포츠도박은 대개 성공한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사행산업을 총괄하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경마’의 2014년 한해 매출액은 7조6천여억 원이고, ‘경륜’이 2조2천여억 원, ‘체육진흥투표권’이 3조2천여억 원이다. 사실은 더 매출을 올릴 수 있는데도 매출 총량제로 인한 한계를 둔 탓에 이 정도다. 우리나라 국민이 스포츠도박에 그만큼 돈을 걸었다는 것이다.
 
한편 도박의 사회적 폐해와 그로 인한 스포츠도박 규제 또는 기금조성이라는 정책적 필요에 의해 각 국 정부는 스포츠도박 사업을 정부의 통제 하에 두고 있다. 미국과 같이 연방정부 차원에서는 원칙적으로 스포츠도박을 허용하지 않고 네바다주 등 몇 개 주에서만 스포츠도박을 허용하는 경우가 있고, 유럽과 같이 정부의 허가 하에 사기업이 스포츠도박 사업을 하도록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는 특별법에 의해서 예외적으로 스포츠도박 사업을 시행하는 경우인데, 일종의 국가면허사업이라고 할 수 있겠다.
 
특별법에 의한 국가면허사업인 탓에 돈 되는 스포츠도박 사업을 운영하기 위한 입법시도가 몇 차례 있었다. 몇 년 전 제주도가 중국인 등 외국 관광객 유치 등의 명분으로 쇼트트랙 경기를 대상으로 하는 이른바 ‘경빙’ 관련 입법을 시도한 적이 있었다. 제주도내 찬반 의견의 대립, 특혜성 시비 논란, 스포츠도박 사업에 대한 규제 정책 등으로 제주도의 경빙사업 계획은 좌절되었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 같다.
 
최근엔 또 하나의 스포츠도박 사업 입법이 시도되고 있다. 지난 3일 황주홍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대표발의한 「자동차경주법안」이 경차사업의 시행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법안은 전남 영암 소재 포뮬러원 국제자동차경주대회 시설을 이용하여 외국인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경주를 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자동차 산업 기술발전을 촉진함을 제안이유로 하고 있다. 포뮬러원 대회 이후 관련 시설의 효율적 활용이 난망하여 시설이 애물단지로 전락할 우려가 있는 상황인 점을 고려하면 제안이유는 ‘구실’이 아닐 수 없다.
 
위 법안이 국회를 통과할 지는 미지수다. 경차사업 허가 여부는 단순히 국회 표결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도박에 대한 국민적 거부감을 과연 넘을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과거 정부에서 있었던 ‘경마’의 소관부처 논란처럼 ‘경차’의 소관부처를 문화체육관광부로 할지, 국토교통부로 할지 논란도 예상된다. 법안 내용을 보더라도 베팅은 외국인만 가능하도록 한 점에 대해서 갑론을박이 예상된다. 달리는 것은 자동차만 있는 것이 아니어서 다른 지자체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경견’사업을 한다고 하면 이를 거부할 명분을 찾기 쉽지 않다는 점도 난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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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기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