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원 이상의 부실을 숨겨왔다는 의혹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 사태가 증권가의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예상치 못한 악재로 주가가 연이어 추락하고 있는 가운데 분식회계 여부를 놓고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의 잠재 손실규모는 2조~3조원 규모로 추산된다. 지난 14일 이 소식이 시장에 알려진 뒤 하한가를 기록한 데 이어 급락세가 이어지면서 이틀간 주가가 34.5%나 떨어졌다.
강동진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미청구공사 잔액이 최근 급격하게 증가하면서 10조원에 육박했다”며 “이같은 이유로 2조~3조원 규모의 영업손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조선업이나 건설업의 경우 회계방법이 다른 업계와 다르게 적용된다. 공사진행률에 따라 매출액을 계산하는데, 조선사와 발주처 간 계약에 비해 이행상황이 저조할 경우 그 비율만큼 미청구공사 잔액으로 산정한다. 보통의 경우 미청구공사 금액은 손실로 변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파문이 확산되자 대우조선해양의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산업은행 측은 “대우조선해양이 2조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지만 현재 반기 결산이 진행중이며,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이 의도적으로 부실을 은폐했거나, 회계를 조작했다는 의혹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지난해 현대중공업은 3조2495억원의 영업손실, 삼성중공업은 1830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대우조선해양은 4700억원의 영업이익을 발표하면서 상대적으로 두드러진 성과를 발표했다.
증권가에 따르면 그 시점부터 증권가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이 고재호 전 사장의 연임을 위해 부실을 숨겼다는 얘기들이 퍼졌다. 게다가 지난달 25일 정성립 사장이 기자간담회에서 대규모 손실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그러한 소문이 더욱 확산됐다.
한편 대우조선해양에 대해 2년 연속 감사의견 ‘적정’을 제시한 안진회계법인에도 불똥이 튀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청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업이 회계를 적용하는 기준에 따라 실적이 다소 변할 수 있어 무조건 회계법인에 책임을 묻기는 애매하다”면서도 “이번 사안과 같이 대규모 손실을 갑자기 반영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언급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