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주택기금(국민주택기금) 지원제도 정비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최근 분양열풍을 틈탄 공급과잉 가능성 고조와 인구감소 추세, 103%에 달하는 주택보급률을 감안했을 때, 과거 물량 중심의 임대주택 건설 지원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니즈(needs)를 충족할 수 있는 질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주택기금은 국민주택과 임대주택 건설을 위해 주택사업자에게 자금을 지원해 주기위해 만들어졌다. 가구당 최대 9000만원 이내에서 10년~20년간 저리에 대출해 주고 있다.
16일 금융결제원에 따르면 민간 임대아파트 최대 공급사인 부영은 올해 전국 4개 단지에서 6573가구를 임대공급했다. 하지만 청약률은 11.1%로 참담하다. 전국이 전세난에 시달리며 심각한 임대주택 수급불균형을 보이고 있지만 무려 5848가구가 임대 수요의 선택을 받지 못한 것이다.
부영은 지난 5월 경기도 남양주 월산에서 '사랑으로' 2292가구를 공급했지만 2263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같은 달 경남 양산 '물금지구'에서도 1365가구를 공급했으나 90가구 만이 청약신청했다. 앞서 4월에는 여수 웅천에서 2076가구를 공급했지만 1694가구나 남았다. 포항원동은 840가구 공급에 616가구가 미분양으로 기록됐다.
전세난 속에서도 세입자들의 관심을 얻지 못한 이 임대파트들은 모두 정부의 국민주택기금이 투입됐다.
2263가구를 미분양을 남긴 남양주 월산지구의 경우 가구당 59㎡형은 5900만원, 84㎡형은 8400만원을 지원했다. 59㎡형의 건축비가 1억600만원대, 84㎡이 1억4600만원대인 점을 감안하면 약 60%나 나랏돈으로 짓는 셈이다.
청약결과로만 보면 월산지구에서만 주택기금 1694억원이 날아간 셈이다. 청약자를 채우지 못한 4개 단지에 들어간 주택기금은 5030억원에 달한다.
남양주시와 일대는 전국 최악의 전세난을 겪고 있지만 임차수요는 월산지구까지 관심을 주지 않았다. 남양주시 전셋값은 올들어 5.56% 올랐다. 전국 평균 3.31%를 크게 상회한다. 남양주시와 연접한 하남시는 8.19%로 전국 시·군·구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도심과의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지고, 공공택지지구로써 생활편의시설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부영이 짓는 대부분의 임대아파트 단지가 비슷한 주거여건을 가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임대아파트 공급확대는 모든 정부의 숙제임을 감안할 때 부영 정도의 대출상환능력을 갖춘 공급자가 기금으로 임대아파트를 짓는다면 입지여건까지 검토할 필요없이 무조건 지원해 숫자를 메울 것"이라고 귀띔 했다.
이에 대해 부영 관계자는 "임대아파트는 바로 입주 가능한 주택을 찾는 수요 특성상 청약 당시 신청률이 부진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입주를 시작하고 나면 임대수요가 몰리며 일대 임대난 해소에 영향을 준다. 택지지구에 짓기 때문에 조성 초기 주거환경이 열악할 수 있으나 이 부분도 공공주도로 빠르게 개선된다. 오랜 임대공급 경험상 우려할 만한 성적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역대 최악의 전세난 속 민간 임대아파트 청약 부진으로, 주택기금 지원제도의 방향성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주택이 절대부족했던 시대와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은 시대, 양적확대 중심에서 질적향상으로 지원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문도 임대주택연구소 소장은 "집은 부족한데 인구가 늘고 산업화가 빨랐던 과거에는 임대를 짓기만 하면 임차인을 채울 수 있었지만, 최근의 분양물량, 주택보급률, 인구추세 등을 감안하면 양적확대에 치우친 임대공급은 향후 사업자와 기금의 건전성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승수 기자 hanss@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