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스포츠팀이 한번 위기를 겪으면 심기일전해도 정상으로 향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지난 주말 이변이 발생했다. 프로배구에서 직전 정규시즌 꼴찌 팀이자 한동안 매각설로 홍역을 치렀던 팀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19일 '2015 청주·KOVO컵 대회' 남자부 결승전서 OK저축은행을 제압한 우리카드가 이변의 주인공이다.
지난 주말 프로축구와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밀려 우리카드의 우승은 크게 주목 받지 못했다.하지만 이번 우승의 의미는 작지 않다. 나락으로 떨어졌던 우리카드가 실력으로 정상화를 보여줬다.
그러던 중 여론의 비판이 거세지자 우리카드와 우리금융은 배구단 해체·매각 시도를 멈췄다. 구단은 존속됐지만 선수들이 받은 충격과 패배의식이 문제였다. 결국 지난 시즌 우리카드는 3승33패, 꼴찌로 시즌을 마쳤다. 시즌 중 성적 부진에 강만수 감독이 물러나고 양진웅 수석코치가 감독대행을 맡기도 했다.
◇19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와 서울 우리카드 한새의 남자부 결승전 경기가 끝난 후 대회 우승을 차지한 우리카드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Newsis
우리카드는 지난 4월 구단 사령탑에 김상우 감독을 선임했다. 김 감독의 선임은 우리카드의 회생에 대한 의구심을 떨칠 만한 사건이 됐다. 우선 팀 체질 개선에 나섰다. 승률 8.33%(3승33패)와 최대 12연패에서 비롯된 패배의식부터 떨쳐야 했다. 이를 위해 체계적인 체력 훈련과 서브·리시브 등의 기본기 연습이 이어졌다.
처음부터 쉽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이번 대회에서도 첫 두 경기는 연신 패했다. 김 감독이 취재진에게 "저런 식으로 하면 프로 선수도 아니"란 말을 할 정도였다.
그러나 다행히 훈련의 효과가 나타나기까지 그리 오래걸리지는 않았다. 경기에서 선수들의 투혼이 느껴졌고, 주전은 물론 백업도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조별리그 승패(1승2패)와 세트 득실률(0.714)이 같아 점수 득실률(0.971, 현대캐피탈 0.954)로 간신히 준결승전에 진출한 우리카드는 준결승전·결승전을 연이어 이기는 감격을 누렸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우리카드의 변화 요인으로 "기왕 운영할 것이라면 확실하게 하자"고 생각을 바꾼 '모기업의 변화'를 먼저 꼽는다. 우리금융지주와의 합병으로 우리카드의 모기업이 된 우리은행은 선수와 시설 등에 전폭적 투자를 했고 이광구 행장은 김 감독에게 전권을 줬다. 달라진 여건에 선수단의 동기부여가 더해졌다.
◇19일 충북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5 청주·KOVO컵 프로배구대회' 안산 OK저축은행 러시앤캐시와 서울 우리카드 한새의 남자부 결승전 경기가 끝난 후 대회 우승을 차지한 우리카드 선수들이 환호하며 진무웅 단장을 행가레하고 있다. ⓒNewsis
우리카드는 2009년 1월 전신인 우리캐피탈 창단 이후 세 차례 컵대회 준우승을 경험했을 정도로 단기전인 컵대회에 강하다. 구단 여건이 크게 변화되자 이같은 면모는 어김 없이 되살아났다.
선수 기량 차가 크지 않다면 결국 리그 성적은 선수단의 투지와 구단의 지원에 좌우된다. '기왕 운영할 거라면 확실히 하자'는 우리카드의 확 바뀐 생각, 달라진 생각이 다른 결과를 낳았다.
이준혁 기자 leej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