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산업의 총체적인 위기다. 건설,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과 중국발 공급과잉 여파로 수요와 가격이 최근 몇 년째 동반 하락세를 보이면서 부터다. 철강은 모든 제조업의 근간이 되는 기초산업으로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린다. 과거 한국경제 발전 과정에서 지대한 공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쇠퇴기를 걷고 있는 제조업 중 하나로 몰락했다.
지난 17일 금융감독원은 금융권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대기업 가운데 35곳의 구조조정 대상 기업 선정, 발표했다. 가장 많이 증가한 업종은 철강으로 전년 대비 7곳이 증가했다.
지난해 C등급 1개에서 올해는 C등급 5개, D등급 3개 등 총 8개로 7개가 늘었다. 철광석, 석탄 등 철강 원재료 가격은 하락세지만 원가 하락분 이상으로 판매단가가 급락한 탓이다. 여기에 공급 과잉 주범인 중국의 철강 수요가 여전히 바닥을 기면서 글로벌 철강 경기 회복도 지연되고 있다. 무엇보다 저가 수입재의 공세가 강화되면서 일부 제품은 원가이하로 가격이 떨어지기도 했다.
철강업계는 수입재와의 가격 경쟁은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하소연한다. 자본 시장의 논리 앞에서 국산 철강재를 사용해달라는 호소도 소용이 없었다. 전방산업들도 오랜 침체기를 겪으면서 원재료 비용 절감에 민감한 탓이다.
중국산 일부 철강재는 국산 제품과 톤당 가격이 많게는 30% 이상 저렴하다. 올 상반기에는 중국 외에 러시아도 저가 공세 대열에 합류했다. 러시아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철강 등 수출품 판매가격이 크게 낮아졌다.
이와 관련 지난 15일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러시아를 비롯해 CIS 지역에서 생산하는 슬라브 가격이 지난해 12월과 비교해 상반기 절반 수준까지 낮아졌다”며 “이는 원가에도 못 미치는 가격으로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경쟁이 불가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포스코(005490)는 조강생산량 기준 세계 5위 철강회사로 최근 6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철강사로 뽑힌 기업이다. 포스코 조차도 가격경쟁이 불가하다면 다른 국내 철강기업들의 사정은 불 보듯 뻔하다.
이와 함께 지난달 30일 정부의 2030년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발표되면서 업계의 걱정이 더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철강업계는 각종 제도와 장비를 도입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 효율을 지키고 있다”며 “정부안을 맞추기 위해서는 생산량을 줄이는 수 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철강 산업이 대규모 장치 산업이다 보니 생산량을 줄일 경우 단가 수준을 높아져 가격경쟁력을 잃게 된다는 지적이다.
한편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4일 자동차, 조선 등 전방산업 부진으로 철강업의 하반기 전망을 ‘흐림’으로 전망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경영환경에 철강업계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B열연공장에서 열연강판을 둥글게 말아 열연코일로 만드는 권취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현대제철.
최승근 기자 painap@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