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웃음·액션·메시지 삼박자 갖춘 '베테랑'

입력 : 2015-07-22 오후 6:40:15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범죄와 권력 간의 뒤엉킨 거래와 숨겨진 세계를 박진감 넘치는 액션과 탄탄한 스토리로 그려낸 영화 <부당거래>, 한국 첩보액션의 진일보라는 평가를 받은 영화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이 또 한 번 충무로에 도전장을 냈다.
 
<부당거래>와 <베를린>이 다소 무게감 있는 영화이자 웃음기를 뺀 작품이라면, 이번 <베테랑>은 체급을 줄이고 웃음기로 무장했다. 영화가 시작되는 순간부터 엔딩까지 웃음이 여기저기서 터진다. 
 
◇영화 <베테랑>의 포스터. 사진/CJ엔터테인먼트
 
스토리도 꽤나 단순하다. 마치 두 마리의 표범이 앞만 보고 달리는 질주 같다. <부당거래>와 <베를린>의 경우 집중하며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야 했다면, <베테랑>은 굳이 어렵게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국내 최고의 액션 연출가라는 평가답게 유쾌하고 통쾌하고 신명나는 액션이 이어진다. 웃음과 액션 사이에서 노닐다보면 2시간 10분의 러닝타임이 어느새 훌쩍 지나간다. 
 
<베테랑>은 지난해 말 개봉을 염두에 뒀다가 올해 설 연휴로 일정을 바꿨다. 이후 5월로 다시 일정이 옮겨졌다. 올해 100억대 영화가 없었던 CJ는 과감하게 7~8월 대목 여름시장에 <베테랑>을 투입시키기로 결정했다. CJ 내부 평가가 최고에 이르렀던 영화다.
 
◇배우 유해진은 <베테랑>에서 최 상무 역을 맡아 뛰어난 연기를 펼쳤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뻔한 것을 잘 만들어야 좋은 영화"라는 말이 있다. <베테랑>은 그 공식을 잘 따른 영화다.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뻔한 구도를 신명나고 유쾌, 통쾌하게 그린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쪽팔리게 살지는 말자"는 철학을 가진, 나쁜 놈 잡는 것에는 인정사정 없는 광역수사대 베테랑 형사 서도철 팀과 안하무인 재벌3세 조태오 팀의 한바탕 대결이 펼쳐진다.
 
<베테랑>의 단순한 구도와 스토리는 인물 관계도부터 이해 관계까지 복잡하게 얽혀있었던 류 감독의 전작과 분명히 차별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평행선으로 달려나간다. 단순한 질주인데 그 속도감에 빠져든다. 웃음과 압박을 번갈아 구사하며 관객을 쥐락펴락하는 감독의 재능이 돋보인다.
 
액션 연출만큼은 국내 최고라는 평가를 받는 류 감독의 영화인지라 좁은 골목을 내달리는 카체이싱부터 종합격투기를 담은 액션은 눈을 즐겁게 한다. <베를린>에서 류 감독과 호흡을 맞춘 최영환 촬영 감독은 자신의 장기를 십분 발휘했다. 여러가지 상징을 빠른 속도로, 함축적이고도 절묘하게 담았다.
 
◇영화 <베테랑>에서 형사 서도철 역의 황정민과 재벌 3세 조태오 역의 유아인이 마주보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황정민과 유아인을 필두로 한 배우들의 앙상블도 돋보인다. 서도철 역의 황정민, 광역수사대 팀장 역의 오달수, 홍일점 형사 장윤주 등의 호흡은 훌륭하다. 특히 신예 장윤주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웃음 폭탄이다. 
 
황정민은 <부당거래>와는 다른 이미지를 선보인다. 순하면서도 날카로운 광역수사대 서도철을 마치 놀이기구 타듯 수월하게 표현한다. 참신한 연기를 익숙하게 해낸다. "현장이 놀이터 같았다"는 그의 말이 연기에서 드러난다. 
 
죄를 숨겨야 하는 재벌 3세 조태오 역의 유아인과 그를 돕는 최 상무 역의 유해진은 숨막히는 박진감을 선사한다. 섬뜩한 악의 느낌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반항아에서 진짜 나쁜 놈이 된 유아인은 첫 등장부터 인상적인 연기력을 뽐낸다. 유해진은 웃음기를 쏙 뺐다. 복잡한 내면을 지니고 있는, 스펙트럼이 넓은 악역이다. 류승완 감독은 유해진의 선한 인상 이면에 숨은 악함을 절묘하게 끄집어낸다.
 
황정민은 "천호진 선배, 유인영, 김시후, 김민재, 안길강, 정웅인, 배성우, 진경 등 많은 선후배 배우들이 자신의 자리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 그래서 우리가 카메라 플래시를 받고 있는 것 같다. 고맙다"고 했다. 황정민 말이 거짓이 아님은 영화에서 드러난다. 비중과 상관없이 캐릭터 모두가 생동감이 넘친다.
 
◇영화 <베테랑>은 주조연급 배우들의 활약이 훌륭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아주 가벼운 오락영화 같지만 메시지는 우직하다. 자식에 대한 사랑은 경제력과는 무관하다. 다만 영화는 부모의 가르치는 방식에 따라 사람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소시민과 재벌의 가족이 대비되는 재미가 있다.
 
황정민과 유아인의 등장을 마지막으로 하는 엔딩에 이르면 강한 압박이 단번에 해소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마치 시원한 사이다 한 잔을 마시는 느낌이다. 마지막까지 유쾌하고 통쾌하다. 문구점 주인 마동석을 적절히 활용한 부분은 감각적으로 다가온다.
 
류승완 감독은 "이 영화에는 좋게 말하면 디테일, 싸게 표현하면 '잔시바이'(시나리오의 지문에 나와 있는 인물들의 움직임과 동선과 연기 등을 영화현장에서 쓰는 일어 '시바이'와 '자잘한'의 의미를 지닌 한글 '잔'의 합성어)가 많다. 그래서 두 번 보는 것도 좋다"고 말했다. '잔시바이'가 아니더라도 두 번 보기 아깝지 않은 영화다.
  
 
함상범 기자 sbrai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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