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파생상품 시장에서 '돈잔치'를 벌였던 선물사들이 하나 둘 역사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위축된데다 증권사의 선물업 진출 이후 선물·증권사 간의 합병이 불가피한 선택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3개에 달하던 국내 선물사 수는 지난 2011년부터 7개로 줄어들었다. 선물사 임직원 수 역시 2009년에는 665명에 이르렀지만, 2011년 584명, 2013년 530명, 올해(3월 말 기준) 476명까지 감소했다.
폐업을 하거나 증권사로 편입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선물사 규모가 급격히 축소됐기 때문이다. 이는 파생상품 시장 업황이 부진한 탓도 있지만,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 시행 이후 증권사들까지 선물업 라이센스를 취득함에 따라 선물사들이 시장점유를 뺏기게 된 것이 더 큰 원인이라는 평가다.
국내 7곳 선물사들의 올해 1분기 당기순이익은 30억1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13년 1분기(137억3800만원)와 2012년 1분기(402억7097만원)에 비해 각각 78%, 93% 부진한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선물사들의 연간 순이익이 불과 1년 새 70% 가까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한 선물사 관계자는 "자통법 이후 증권사가 파생상품 시장을 주도하면서 선물사들이 계열 증권사로의 편입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됐다"며 "계열 증권사가 없는 선물사의 경우 다른 대안책을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계열사인 하이투자증권과 현대선물의 합병설도 지난 수년간 꾸준히 제기돼 왔다. 결국 하이투자증권은 이달 22일 이사회를 열고 현대선물 지분 65.2%를 취득키로 결정했으며, 이를 통해 기존의 장내파생상품 투자매매·중개업뿐만 아니라 주권외기초 장내파생상품과 장외파생상품 투자중개업까지 가능하게 됐다.
앞서 NH선물(구 우리선물) 역시 오는 9월1일 NH농협선물과의 합병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최근 NH선물은 합병에 앞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10여명을 감축키로 했으며, NH농협선물 측도 지난주까지 직원 20여명의 희망퇴직자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NH선물과 NH농협선물 간의 이번 합병이 NH증권으로의 편입을 위한 초석 다지기가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선물업계 골리앗으로 불리는 삼성선물마저도 업황이 악화될 때마다 삼성증권에 흡수합병될 것이라는 전망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미 삼성증권은 삼성선물 지분 100% 가까이를 보유하고 있다.
선물업계 관계자는 "한 때 증권사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던 선물사들은 최근 실적 악화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업계 독보적 1위인 삼성선물까지 증권사에 합병되게 되면 향후 국내 선물사들의 존립 기반은 더 취약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