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되면 주가도 오른다더니…

재료 사라져 약세흐름 불가피…주주가치 확대 정책 등 주목

입력 : 2015-07-19 오후 1:32:12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오는 9월1일자로 합병될 예정인 가운데 향후 두 회사의 주가 향방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합병 재료가 두 회사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지만, 막상 합병이 결정된 직후 급락세를 보이는 등 불확실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안 통과는 엘리엇의 공세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결집 효과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합병에 대한) 엘리엇의 공격은 개인과 국내 기관투자자들을 한 군데로 결집시켜주는 효과를 줬다"며 "외세 공격에 뭉쳐 대응한 점이 오히려 삼성물산 측에 우호 세력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합병안 통과는 당초 한화투자증권을 제외한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주장했던 대로다. 하지만 관망세를 보이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주가는 합병이 통과된 당일 각각 10.39%, 7.73%% 폭락하면서 투자심리가 악화됐다. 합병안 발표가 시장에 알려진 정오쯤부터 주가가 급락하면서 각각 3차례나 변동성 완화장치가 발동되기도 했다.
 
단기 차익을 노리고 주식을 사들였던 외국인과 기관 투자자가 일제히 차익실현 매물을 쏟아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실제로 외국인과 기관은 당일 하루 동안 삼성물산 주식을 각각 552억원, 968억원어치 팔아치웠고, 제일모직 주식도 각각 543억원, 33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주가는 1대 0.347로 합병비율 1대 0.35에 거의 수렴했다"며 "합병 재료가 사라지면서 외국인과 기관 투자가가 대거 보유 주식을 팔아치웠고 주가가 제 자리를 찾아간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가팔라진 만큼 두 회사 주가의 약세 흐름도 당분간 지속될 공산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번 주총으로 '경영권 분쟁'이라는 막연했던 재료가 소멸되면서 주가 하락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주가 상승세를 점치는 의견은 여전하다. 엘리엇과의 분쟁 이후 합병비율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불리하다는 지적에 따라 주주가치 확대를 위한 구체적 친화책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합병 이후 실질적 주주권익을 보호할 거버넌스위원회를 운영하고 배당성향을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황세운 박사는 "재벌 기업들이 기업 경영권 승계만 고려해서 경영 의사를 결정하면 엘리엇을 넘어 국내 헤지펀드가 공격할 수도 있다"며 "기업 스스로가 바꾸고 개선해야 한다는 것을 이번에 뼈저리게 느끼게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회사 간의 시너지 효과로 영업과 지분 가치가 재정비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패션·건설·식자재 사업 등을 영위하는 제일모직과 건설·상사가 주력인 삼성물산이 통합돼 의식주휴 생활전반에 걸친 토털서비스 제공기업이 탄생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선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해외수주나 영업가치를 감안하면 삼성물산 주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며 "영업적 측면에서는 제일모직이 보유한 운영 노하우와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차별화된 경쟁력·인프라 결합으로 양사 핵심사업인 건설, 상사, 패션, 리조트 등의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하게 된다"고 평가했다.
 
김동양 NH투자증권 연구원도 "향후 계열사와 연계한 헬스케어 사업 진출, 그룹의 추가적인 지배구조 개편 기대감 상승 등이 밸류에이션 프리미엄 유지에 긍정적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kcho@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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