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건설사들의 해외 교통인프라 수출 지원에 대대적으로 나섰지만 일본과 중국에 비해 한발 늦은감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6일 민관합동으로 인도와 필리핀에 수주지원단을 파견했다. 지원단은 31일까지 교통인프라 등 분야와 관련한 고위급 면담을 진행한다.
인도는 600조원에 이르는 거대 고속철도 시장 중 하나다. 오는 2020년까지 국토 전역을 고속철도로 잇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필리핀은 마닐라MRT7호선(10억달러), LRT-1 연장선, 세부(Cebu) BRT(2억달러) 등의 철도와 만다나오 팡일만 교량(1억2000만달러) 등 도로분야 대형 인프라개발 사업이 준비 중이다.
그러나 업계는 정부 지원이 시기상 늦어 시장 개척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이미 국제시장에서의 건설수주 방식은 단순 도급이 아닌 PPP(민관협력사업)나 시공자 금융사업 방식으로 변화했다.
실제 중국이나 일본 등은 공적금융을 기반으로 전 세계 인프라개발 사업에 나선 상황이다. 중국은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를 출범해 자금조달능력을 향상시켰으며, 일본은 해외 인프라개발을 위한 별도의 기구를 이미 운영하고 있다.
반면, 국내 업체들은 자체적인 노력이나 도급사업에만 집중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수출입은행 등 공적금융기관들은 보증 정도에 그치고 있다.
박기풍 해외건설협회 회장은 최근 세미나에서 "앞으로 매머드급 사업은 국가대항전이 되고 PPP형 사업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금융이 빠지는 옛날처럼 단순도급형 시대는 건너갔다"고 강조한바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의 설계·시공능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나 수주는 충분한 금융지원이 있어야 가능하다"며 "그 동안 정부나 금융쪽 지원이 부실했던 것이 사실이다. 특히, 금융업계에서 상생하는 구도가 그려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늦었지만 실질적인 금융지원책이 담긴 장기계획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토부는 철도공단과 함께 지난 22일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연결사업에 참여할 민관합동 컨소시엄 구성울 위한 공개 설명회를 열고 본격적인 수주활동 시작을 알렸다. 말레이시아~싱가포르 연결 고속철도 사업은 총 324km 길이의 120억달러(약 13조2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또 해외수주 활성화를 위한 '제3차 해외건설진흥계획'을 올해 중 마련할 계획이다. 계획안에는 기존 기술개발 지원, 신시장 개척 지원 등에 이어 실질적인 금융지원책의 비중이 커질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상반기에 계획안을 마무리 할 예정이었으나 조금 더 고심해 장기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방향으로 전환했다"며 "시공자금융사업 등에 진출하지 못했는데 업계에서 기존 하던대로 하면 안되겠다는 인식이 커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정우 기자 ayumygirl@etomato.com
◇정부가 해외 교통인프라 수출 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늦은 시점에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초 호남고속철도 전차선로시스템 시공 현장. 사진/뉴시스